posted by 요굴 2014. 5. 16. 11:45

로우-> 루피몸에 들어간 로우 루피-> 로우 몸에 들어가 있는 루피

몸 말고 안에 있는 영혼을 기준으로 썼습니다.

 

로우는 아직 잠이 덜 깨 멍한 눈을 깜박거리며 낯선 하얀 천장을 바라보았다. 벌떡 일어나 둘러본 주위에는 행복한 꿈을 꾸는지 미소지으며 자고 있는 쵸파와 코를 골며 자고 있는 우솝, 그 옆에서 자고 있는 조로와 킨에몬등의 남자들이 보였다. 그리고 그 옆에.....애써 눈에 보이는 사실을 외면한 로우는 현재 자신의 몸을 내려다 보며 한숨을 쉬었다. 역시나 어젯밤일은 악몽이 아니었다. 여자 둘에게 잡힌채로 자신과 똑같은 얼굴의 남자가 반짝이 옷과 메이드복등 이상한 옷을 입고 춤추고 노래하고 우스꽝스런 표정을 하는것을 보았던 꿈은 단순한 악몽이 아니었다. 머리를 싸매고 왜 이 바보녀석의 권유를 거절하지 못했나부터 시작해서 왜 이 바보녀석들과 동맹을 맺은건가에 까지 뻗어나가는 후회에 로우는 한숨을 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자로 뻣어 코를 골며 배를 긁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애써 외면한 로우는 루피가 일어나면 억지로라도 능력을 발동시켜 빨리 지금도 이어지는 악몽을 끝내야 겠다고 다짐했다.

 

갑판으로 나오자 해가 떠오를때의 부드러운 아침놀에 물든 주황빛 하늘이 보였다.  제아무리 시끌벅적한 밀짚모자 일당도 이 시간에는 조용한건지 항상 조용할일 없던 갑판이 이시간만큼은 고요했다. 찬바람을 맞는건 기분 좋았지만 계속 있기에 밀짚모자의 옷은 너무 추웠다. 소름이 돋은 팔을 비비며 로우는 어제 밀짚모자가 배를 구경시켜 아려준 서고가 기억났다. 배에 있는거치고는 넓고 풍부한 서적량을 자랑했던것을 떠올려낸 로우는 더 고민하지 않고 서고로 발을 돌렸다.

 

기억을 더듬어 도착한 서고는 밀짚일당의 취향을 반영하듯 날씨, 요리, 의학에 관한 전문자료 부터 각 지역의 역사책, 동화책까지 다양한 책들이 가득차 있었다. 서가 특유의 종이냄새가 기분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을 느끼며 로우는 책을 훑어보았다. 의학서들은 이미 자신이 본 책들이었다. 아마 쵸파의 일지나 중요서적들은 의무실에 위치해 있는거 같았다. 의무실로 발길을 돌릴까 싶었지만 여기까지 온거 다른 책이라도 읽어볼까 싶어 책장을 훑던 로우의 눈이 맨 윗칸에 위치한 고고학책에 꽃혔다. 분명 니코의 것이겠지. 흥미가 생겨 책에 손을 뻗었지만 평소보다 작아진 키에 손은 닿지 않았다. 잠시 고민하던 로우는 평소에 밀짚모자가 몸을 늘려서 해결하던 것을 따라해볼까 싶어서 정신을 집중하며 팔을 늘리고 부풀리는 등의 일들을 해보려 했지만 생각보다 조절이 쉽지 않았다. 악마의 열매 능력을 잘 다루기 까지는 훈련이 필요한데 확실히 영혼이 바뀌니 몸에는 성장한 능력이 그대로 남아있어도 자유자재로 운영하기 까지는 시간이 필요한거 같았다. 깊게 생각할수록 자신의 몸으로 돌아오기까지 엄청난 시간이 걸리는거 아닐까란 걱정이 생겨 로우는 책을 포기하고 그냥 책장에 기대 주저 앉았다.

멍하니 현재 자신의 몸인 밀짚모자의 몸을 손으로 늘려보며 의학적인 고찰을 해보던 로우는 가슴에 난 커다란 상처를 고요히 응시했다. 천천히 그 상처 부분을 쓰다듬자 다른 부분과는 다른 흉터의 거친 느낌이 손에 전해졌다. 당시 생사를 오가던 밀짚모자의 목숨은 자신이 가까스로 구할수 있었지만 부상 수준이 심각해 이 흉터까지 완벽히 없앨수는 없었다. 밀짚모자는 이 상처를 보면무슨 생각을 할까. 목숨을 구했고 밀짚모자 성격에 눈 밑에 있는 흉터도 그렇고 가슴을 잘 가리지도 않고 다니는것을 보면 흉터 정도는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것 같았다. 하지만 로우는 그 당시 가능만 하다면 이 흉터를 없애주고 싶었다. 치료가 무사히 끝난뒤에 밀짚모자가 일으키는 발작은 엄청난 수준이었다. 자신의 해적이란 신분상 흉악하다고 알려져있는 환자들도 많이 만나보았지만 그 정도의 중상을 입으면 그 험악하던 녀석들도 결국 나약한 환자일 뿐이었고 얌전해졌었다. 하지만 루피는 정신적인 괴로움 때문에 고통도 무시하고 자신의 몸을 헤치면서까지 하루에도 몇번씩 난동을 부렸다. 에이스를 목이 터져라 부르면서 잠수함과 의무실을 부수며 오열 하는 밀짚모자의 모습에 로우는 의무실과 잠수함이 망가진것에 대한 분노보다는 슬픔을 느꼈다. 자신이 왜 인연도 얼마 안되는 이 녀석을 살려주고 또 이렇게 자신답지 않게 감상적으로 루피의 고통을 느끼고 안쓰럽고 불쌍하다 생각하며 위로해주고 싶어 했는지는 지금으로도 이해안가는 일이었다. 하지만 당시 자신은 상처를 치료했다면 의사로서 자신의 역할은 끝났다고 생각하던 평소와 달리 녀석이 정신적인 상처를 극복하길 바라며 약을 먹고 잠이 든 루피의 손을 가끔 잡아주고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말을 거는 자신 답지 않은 행동을 했었다. 그리고 형을 잃은 괴로운 날의 흔적으로 남을 흉터를 없애주고 싶었다.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흉터를 볼때마다 형을 지키지 못한 그날을 떠올리고 괴로워할 루피가 걱정되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모습을 보면 그건 자신의 쓸데없는 미련이고 기우일뿐이었던 것 같다. 밀짚모자는 자신이 생각하는것 보다 더 강했고 괴로운 과거에 잠겨 슬퍼하지 않게 현재를 즐겁게 꾸며주는 함께 나아갈 든든한 동료들이 있었다. 왠지 모르게 흐뭇한 미소가 지어지는것을 느끼며 로우는 아침에 침대에서 한 후회와 달리 루피와 동맹을 맺고 이 배에 타서 건강하게 루피가 동료들과 지내는 모습을 직접 보게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래쪽에 있던 날씨 예측방법과 신세계의 기후에 관한 책을 가볍게 읽고 있던 로우는 맛있는 냄새가 나는것을 느꼈다. 벌써 식사시간인가 왠지 배가 고팠다는 생각을 하면서 냄새가 나는 곳으로 이동하던 로우는 흠칫 몸을 떨었다. 순간 몸에 이성이 지배당한 느낌이었다. 자신도 모르게한 행동에 놀란 로우는 향기로운 음식의 냄새를 애써 무시하며 책에 집중하려 노력했다. 이 내가 본능에 사로잡혀 이성을 버리다니 로우에게 있어서는 절대 있을수 없는 일이었다.

 

 

"루피 어서와! 아니 로우 어서와라고 해야하나?"

"트랑이 늦었네!!빨리와서 먹어!!"

"어서오라구 네 몫도 많이 만들어 났으니까! 지금 넌 우리 선장 몸이니까 원래 우리 선장이 먹는만큼은 먹어 줘야될거 아냐"

 

 

 식욕이라는 본능을 꾹꾹 참은 로우는 일찍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늦게 식당에 도착했다. '아아'라고 인사하며 비어있는 자신의 자리에 앉은 로우는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의 자리로 추정되는 빈 자리에는 평소 밀짚모자가 먹는 어마어마한 양의 음식이 쌓여있었다. 밀짚모자는 자신의 몸으로도 식욕이 넘치는 건지 원래 로우의 몫이 있었을거 같은 접시를 이미 비우고 자신의 앞에 산처럼 쌓인 음식을 먹고 있었다.

 

 

"트랑아!!너 평소에 엄청 조금 먹는구나!!상디가 네 몫으로 내온 음식이 엄청 적어서 더 먹는건 어쩔수 없었어. 근데 너 입이 안 늘어나니까 먹기가 좀 힘들다"

 

 

내 몸은 고무가 아니니까 그렇게 추잡스럽게 음식을 우겨넣지 말아라 밀짚모자야. 라고 말하려던 로우는 이야기해봐야 자신만 힘들다고 결론내리고 그냥 루피를 무시하고 자리에 앉았다.

 

"검은다리여 난 이 정도의 음식을 다 먹지 못한다."

"나도 너희가 몸이 바껴서 고민을 좀 해봤는데 말이야 너 남의 몸을 쓰면서 평소처럼 조금 먹는건 우리 선장 몸에 민폐잖아. 우리 선장은 이 만큼 먹어줘야 움직일 수 있는 생명체라고."

"민폐는 어제밤 너희들이 나에게 저지른 행동이 민폐다. 특히 그때 누구랑 누가 공격을 날리지만 않았어도 일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칠무해정도 되시는 분이 과거 일을 걸고 넘어지시나.  난 음식 남기는건 용서 못하니까 다 못먹으면 잘 늘어나는 그 입에 다 쳐넣어줄테니까 제대로 다 꼭꼭 씹어 먹어. 다행히 네가 저만큼 먹고 있으니까 가능하지 않을까?"

 

 

그러면서 씩 웃는 상디는 굉장히 즐거워보였다. 아마도 평소에 조금 먹는데다 가리는것도 많았던 로우가 비록 루피가 안에 들어있다고는 하지만 흡입하다 싶이 먹는걸 보는게 즐거운거 같았다. 로우는 상디를 노려봤지만 어차피 그정도에 꿈쩍할 녀석이 아니었다. 로우는 당장이라도 앞에 있는 음식을 넣으라고 아우성치는 몸을 다스리면서 우아하게 포크를 들고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엄청난 양이라고 생각했던 음식은 루피의 도움도 있었고 현재 자신의 몸이지만 믿어지지 않는 양이 거부감 없이 술술 들어가 남김없이 다 먹을수 있었다. 꼭 나중에 원래 몸으로 돌아오면 루피 몸의 해부를 진지하게 고려 해봐야 겠다고 생각하며 로우는 낚시를 하자는 우솝과 쵸파의 제안에 뛰쳐나가려는 루피를 잡고 현재 비어있을 남자방으로 이동했다.

 

 

"트랑아 여기서 뭐 할려고?"

"밀짚모자야. 이제 그만 몸을 바꾸자"

"에? 난 재밌었는데 벌써 바꾸는거야?"

"난 어제밤 너희들의 제비뽑기에 당첨되지도 않았고 현재의 상황이 매우 불쾌하다. 무엇보다 이 몸으로는 전투를 할수가 없다."

​"그럼 도착전까지 바꾸면 되지 시시시싯 난 지금 빨리 낚시를 하고 싶다고!!"

"그러지말고 생각해봐라​ 밀짚모자야!아까 밥먹는것도 불편하다고 하지 않았나?원래 능력을 못쓰니까 불편할텐데?"

"음 그렇긴 해. 로우 몸은 늘어나지도 않고"

"그래 그러니까 내가 시키는데로 따라해라. 금방 끝날테니까. 투명한 반원을 만든다고 생각하면서 룸이라고 말해라"

"응 알겠어!! 룸!!"

 

 

루피의 우렁찬 룸 소리와 함께 투명한 원이 생겨났다. 생각보다 수월하게 성공한 첫단께에 로우는 기뻐하면서 빠르게 다음 설명을 이어갔다.

 

 

"잘했다 밀짚모자야 그럼 우리 서로를 가리키고 영혼이라는 이미지를 상상한 후에 뒤바꾸는 상상을 떠올려야 한다. 그리고 세 손가락을 이렇게 들어 샴블즈라고 외치면 된다."

"응 알겠어 트랑아!"

 

 

기세좋게 대답한 루피가 시킨대로 따라했지만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에 이거 안된거 같은데 트랑아?"

"다시하면 될거다. 내가 말한데로 영혼을 바꾸는 이미지를 상상해라"

"샴블즈!"

"영혼의 모습이 어렵다면 유령의 모습을 떠올려봐라. 손동작도 이렇게 하도록"

"샴블즈!"

"룸을 발동시킨거랑 비슷한 원리다. 다시 차분하게 해보도록 밀짚모자야"

 

 

로우는 자신의 우려가 맞아들어간다는 생각에 점점 초조해 지는것을 느꼈다. 밀짚모자는 몇번이나 로우를 따라하며 열심히 외치고 있었지만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에....나 어떻게 하는지 정말 모르겠다 트랑아"

"여기서 포기하면 안된다 밀짚모자야! 몸을 되돌려야 하지 않은가! 더 늦어진다면 우리 계획에도 정말 차질이 생기게 된다!"

결국 그 뒤에도 몇시간 동안 로우의 끈질긴 설득과 무서운 표정에 루피는 빨리 그만두고 싶은 것을 참고 계속 시도하였지만 번번이 기술은 실패로 돌아갔다.

"아 조금만 있다 할게 트랑아. 지금 트랑이가 하는 말 나 하나도 모르겠어."

 

 

루피는 결국 벌러덩 침대에 누워버렸고 로우는 화가났다. 꾹 참고는 있었지만 아침처럼 다시 동맹을 왜 했을까 어제 왜 이녀석의 말도 안되는 요구에 응했을까 난 어제 왜 그리 풀어졌었나등등 다시 꼬리를 무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그리고 생각의 종착역은 '도플라밍고....' 지금은 이럴때가 아닌데 자신이 왜 이렇게 여유롭게 놀고 있는가에 대해 로우는 이제 자기 자신한테 화가 나기 시작했다. 분노로 무서운 표정이 되어있던 로우는 갑자기 자신의 몸을 누가 잡아당겨 내리는것에 놀라 쳐다보았다. 어느샌가 자신은 따뜻한 품에 안겨 있었다.

 

 

"트랑아 내가 꼭 계획에는 지장없게 그 샘블즈?샴브즈? 암튼 그거 성공할게!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무서운 표정하지 말고 조금만 자자. 평소에 도대체 어떻게 지낸거야? 이 몸에 들어온 후로 너무 졸려. 트랑이도 같이 자자."

 

 

어이없어 당황하던 로우는 벗어나려고 버둥거리는 것을 멈추고 루피의 말에 고개를 들어 쳐다보았다. 나른한 표정으로 자신이 하품을 하고 있었다. 하품을 하고는 자신의 얼굴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평온하게 감겨있는 얼굴을 보면서 로우는 자신이 펑크해저드에 온 이후로 숙면을 취한적이 한번도 없다는것을 떠올렸다. 시저에게 조커에게는 비밀로 하라 했지만 조커가 자신의 행적을 정말 모를거라는 단정한적은 없었다. 그래서 최대한 빨리 공장의 위치를 알아내고 계획을 실행에 옮겨야 한다는 생각에 로우는 조금 초조했다. 심장을 적에게 맡긴 이상 방심도 금물이었다. 밀짚 일당을 만나고 즉흥적인 계획을 세워 펑크해저드를 탈출한 후에도 도플라밍고의 칠무해 탈퇴 기사를 보기전까지도 로우는 마음을 놓을수 없었다. 그리고 도플라밍고의 칠무해 탈퇴기사를 본 지금도 평생을 기다린 일전이 가까워졌다는 긴장감에 숙면은 무리였다. 펑크해저드에 도달한 시점부터 지금까지 6개월이 더 넘는 시간이었으니 몸에 피로가 축적되는것은 당연했다. 원래 자신의 수면이 불규칙하다고 해도 가끔은 크루를 믿고 푹자고 일어나는 순간들이 있었으니까. 그래서 아침에 일어났을 때는 몸의 가벼움에 놀랐었다. 밀짚모잔느 지금 자신을 대신해서 몸의 피로를 풀어주고 있는건가 싶어서 평온하게 자고있는 루피를 쳐다본 로우는 가볍게 웃고 몸에 들어간 힘을 뺏다. 몸에 와닿는 체온을 느끼면서  자신도 따뜻한 체온을 가졌단 것을 로우는 오늘 처음 알게된 기분이었다. 복실복실한 자신이 즐겨입는 옷의 부드러운 감촉을 느끼며 못 본지 오래된 따뜻한 백곰 , 베포가 생각났다. 그리고 펭귄과 샤치와 자신의 크루들도. 어제 밀짚모자와 자신의 동맹기사를 보고 놀랐을텐데.....놀라서 호들갑 떨고 있을 크루를 생각하니 웃음이 새어나왔다. 보고싶다라는 작게 중얼거린 로우는 오랜만에 '선장'이라고 부르는 크루의 목소리를 들은것 같단 생각을 하면서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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