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요굴 2014. 6. 28. 15:25

학교 옥상이란 말을 들으면 대부분 담배 연기가 자욱한 양아치들의 본거지를 떠올리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 학교는 몇년사이에 잠금장치까지 교체해가며 철저하게 학생을 비롯한 외부 출입을 차단하고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학교내 다른 장소보다 쾌적한 상태가 유지되고 있었다. 하지만 외부의 출입이 전면 금지되어있어야 할 옥상에 자유롭게 출입하는 이가 있었는데 전국모의고사 1등의 수재인 트라팔가 로우였다. 학교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던 로우는 입학이래 자신의 성적이란 무기를 이용해 꾸준히 옥상 열쇠를 학교측에 요구했다. 하지만 일어날지 모르는 만약의 사태와 여태 지켜온 철칙 때문에 허가는 절대 내릴수 없다는 학교에 로우는 일부러 성적을 떨어트리고 모르쇠로 일관하는 반항까지 했다. 결국 타협안으로 내려온게 학생회장 출마였다. 로우가 학생회장이 되면 학교 옥상에 대한 관리 권한을 주겠다는 거였다. 결국 마음에도 없던 학생회장 자리에까지 출마한 로우는 무난하게 학생회장으로 당선되어 학교 옥상 열쇠를 차지할수 있었다. 철문이 내는 끼익 거리는 소음도 녹슨 새의 냄새도 문을 열자 온 몸으로 부딪혀오는 찬 바람도 즐기면서 로우는 자신이 이 옥상에 자유롭게 출입하기 까지 해온 노력들을 떠올렸다. 이 옥상 하나 때문에 학생회장 자리에까지 앉아 현재도 산처럼 쌓인 일을 해내야 한단걸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거려왔지만 그래도 그만한 노력을 기울일 의미가 이곳에는 있었다. 항상 그가 자신에게 즐겁게 이야기하던 학창시절의 일은 대부분 이곳에서 있었으니까. 이곳에서 보이는 마을 옆 바다의 모습도 가깝게 느껴지는 하늘도 모두 다 그의 이야기에 나오는 풍경이었다. 이곳에서 장난치며 떠드는 그의 개구진 어릴때 모습을 떠올리자 로우는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좋았던 기분도 옥상 구석 너머에서 피어오르는 흰연기에 금방 구겨져버렸다. 긴다리로 성큼성큼 걸어 코너를 돈 로우는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인물에 미간을 찌푸리며 힘주어 노려봤다. 로우의 눈이 향하는곳에 앉아있던 붉은 머리를 위로 세운채 입술에 여유롭게 담배 한개피를 물고있던 소년은 아까 철문이 열리는 소리에 로우의 존재를 이미 눈치채고 있었던건지 로우의 차가운 눈빛에도 익숙하다는듯 손을 가볍게 들어 하이라고 말하고는 아슬하게 매달려있는 담배의 끝의 재를 툭툭하고 털었다.


"이 시간에는 이곳에 출입하지 말라고 내가 분명 말했을텐데 유스타스야"
"아아 그랬나?그랬던거 같기도 한데 지금 담배가 말리는데 어떡하냐"
"너 같은 무식하고 예의도 없는 녀석이 약속을 지키리라고는 기대도 안했지만 내가 왔으니까 이만 꺼져라"
"야 내가 꺼지라면 순순히 네 알겠습니다하고 꺼지는 녀석이었냐 트라팔가?"
"아니 그런 녀석이 아니지 그래서......"

유스타스 쪽으로 성큼성큼 다가온 로우는 쭈그리고 앉아있던 키드의 머리를 위에서 꾹 눌러버렸다.

"야 머리 망가져! 이거 세우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줄 알아? 야 트라팔가!"
"그러니까 그 튤립 머리가 눌리는걸 넘어 뜯기기 전에 여기서 당장 꺼지도록"

꾹꾹 손에 힘을 주어 키드의 머리를 누르던 로우는 어디선가 들려오는 코고는 소리를 따라 시선을 위로 올렸다. 그리고 곧 키드가 기대고 있던 창고 위에 대자로 누워 코까지 골며 편게 자고 있는 밀짚모자를 옆에 둔 소년을 확인하고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네가 진정 나에게 맞고 싶은 모양이군. 저 녀석까지 끌고 오다니 말이야"
"그건 오해야! 내가 데려온게 아니라 저 녀석이 막무가내로...."
"사실 여부는 중요치 않다. 너랑 밀짚모자야 둘다 지금 여기 있단 사실이 중요하니까"
"야! 넌 왜 맨날 나한테만 그러냐! 저 원숭이가 들어온게 왜 내 탓이냐고!"

둘이서 아웅다웅 하는 소리가 시끄러웠는지 잘 자고 있다 일어난 밀짚모자 소년은 기지개를 피며 일어나서는 주위를 두리번 거리다가 소리가 들리는 아래를 보고는 밝게 웃으며 아래로 순식간에 뛰어내렸다.


"언제 왔어 트랑아? 시시시싯"
"밀짚모자야 다시는 오지 말라고 내가 말했을텐데"
"왜? 난 여기가 좋은데? 트랑이도 있고 튤립도 있고!"
"야 누가 튤립이란거야 이 원숭이 녀석이"
"튤립 그렇게 소리 안쳐도 다 들려"
"뭐? 지금 너 나한테 시비거는거냐?"

로우에서 루피로 방향을 바꾸어 왁왁 거리는 키드를 가볍게 귀를 파며 무시한 밀짚모자 소년 루피는 가만히 인상을 찌푸린채 저기압이란걸 알리듯 어두운 표정인것도 개의치 않고 로우에게 달려가 매달렸다.

"트랑아 나 배고파! 우리 매점가자! 오늘 새로운 메뉴가 들어온데 시시시싯"


자신의 평화롭고 그 사람을 떠올리는 안식의 장소가 언제부터 이런 소음과 이 천방지축들의 공간으로 변해버린건지 탄식하며 로우는 자신한테 매달린 루피를 억지로 떼어놓으려고 하면서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었다.

 

처음 유스타스 키드랑 엮인건 운이 나빳다고 밖에 할수가 없었다. 어쨋든 로우의 옥상출입은 비밀 사항이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들킨다면 옥상 열쇠를 반납하는게 조건이었다. 참 치사한 조건이라 생각은 했지만 로우는 거기에 딱히 반론은 하지 않았다. 누구에게도 안 들킬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이 학교에서 옥상에 관심을 둘 만한 날라리들은 학교 뒤뜰이란 최적의 장소를 찾아서 놀고 있었고 범생이들은 애초에 옥상에 얼씬도 하지 않았다. 사실 옥상에 이렇게 관심을 두는건 로우 한명이었다. 그랬는데 이 붉은 머리의 키드가 그걸 망친거다. 올해 전학온 키드는 그 험상궃은 눈빛과 덩치로 이미 많은 이들을 위협하고 있었기에 아무도 다가가지 않았다. 키드는 그리고 딱히 거기에 불만도 없었다. 이런 상황은 너무나도 익숙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담배를 필 장소는 필요했다. 여기 녀석들이 논다는 뒤뜰로 가도 되었지만 가면 분명 키드에 위협을 혼자 느낀 여기 세력과 다툼이 일어날 것이었다. 키드는 그냥 조용히 지내고 싶었기에 다른 장소를 물색중이었다. 그러다 알게된게 여기 옥상은 완벽하게 차단되어있단 거였다. 그럼 옥상을 공략하려 해봤지만 어설픈 자물쇠가 아니었기에 포기한 키드는 그래도 옥상앞 계단에 인적이 드물다는데 위안하면서 그 앞에서 담배를 피고 있었다. 그러다가 발작국 소리에 놀라서 숨었는데 그 발자국의 주인이 트라팔가 로우였다. 전학생이었지만 학생회장인 로우의 얼굴은 알았던 키드는 로우가 열고 들어가는데 의문을 품었고 결국 숨겨주는 대가로 열쇠를 받았다. 대신 로우가 오는 시간대에는 안오기로 했지만 그런게 지켜질리 없었고 서로는 서로를 무시하는척 신경쓰며 그런 나날을 보냈다. 그러다 그 사이에 끼어든것이 루피였다. 루피와의 만남은 더 어이없었다. 루피가 먹고 싶던 빵의 마지막을 사간게 키드였단 그 이유하나였다. 매점에서 빵을 사서 옥상으로 들어가려던 키드를 루피가 잡아서 그 빵을 양보해 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했고 키드는 어이없어하며 빵을 넘기지 않았다. 옥상 문이 열린채로 그렇게 싸우던 둘을 본것은 로우였다. 옥상 문이 열린단게 비밀이었는데 그 앞에서 그렇게 싸우는 둘의 모습에 로우는 진심 머리 끝까지 화가나서 루피에게 키드의 빵을 뺏어 넘기고 빵을 넘긴대신에 여기에 대해선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기로 하고 끝을 맺고 키드와 엄청 싸웠었다. 그렇게 키드의 사과로 끝이 날줄 알았지만 루피가 다음날 옥상문 앞에서 먹을걸 잔뜩들고 웃고 있을때 로우는 피가 마르는 느낌이었다. 형이 받았으면 보답을 하는거랬어라고 웃는 루피와 먹을거에 눈이 멀은 키드로 인해 결국 로우는 또 한명의 목격자를 용인할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기묘한 셋의 만남은 옥상이란 장소 하나를 두고 몇달간을 이어지고 있었다.

"트랑아 배고프다니까 맛있는거 먹으러 가자!"
"야 원숭이 자식아 너 나 무시하냐?"


지난날의 인연을 되짚어 보던 로우는 한숨을 내쉬고는 문을 향해 걸어갔다. 그게 매점으로 가려는 중이란것을 눈치챈 루피가 희희낙락하며 따라왔다. 결국 뒤에서 화를 내던 키드도 같이가 이 새끼들아 라고 외치며 따라왔다. 어쩌다 이리 되었는지는 아직도 의문이지만 그가 떠나기전에 남긴 말이 생각났다. 친구를 많이 사귀고 즐거운 학창생활을 보내라고 했었나? 이런게 친구라니 참 자신꼴도 한심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옆에서 투닥거리는 둘의 소리가 싫지만은 않다고 느끼는 로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