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요굴 2014. 10. 5. 23:27

 

bgm :   천상지희 here

 

* 주의: 가장 최근인 원피스 762화의 네타 내용도 많이 포함되어 있는 글입니다. 스포되어도 괜찮으신 분만 읽어주세요. 스포를 떠나서도 내용조작이 심합니다 그점도 감안해주실수 있으신분께만 권장드립니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제가 쓴글은 다 재미가....없는거 같은....ㅠㅠㅠ브금 있습니다 싫으신분은 멈춰주세요(모바일은 브금 재생이 불가합니다ㅠㅠ)

 

 

 

 

 

내 방은 아침의 온화한 햇살이 가장 먼저 비집고 들어오는 곳이었다. 그 부드러운 온기를 느끼며 눈을 비비고 일어나면 집은 아직 새벽의 어스름으로 뒤덮여 있고 안방으로 들어가 아빠와 엄마를 깨운뒤에 라미의 방으로 달려가는것이 내 아침 일과였다. 하지만 그 날 아침은 달랐다. 어제밤에 몰두하며 읽은 해부학 책 때문에 평소와 달리 늦잠을 자버렸고 그 때문인지 엄마와 아빠 심지어 늦잠꾸러기 라미까지 일어나 있었다.

 


"오늘 아침은 로우가 좋아하는 생선구이와 밥이란다"
"오빠 좋은 아침이야"

 


평소보다 더 자상해 보이는 엄마의 목소리 활기찬 라미의 목소리 인자하게 바라보며 웃고 있는 아버지. 평소와는 분명 다른 아침이었다.

 

 

 

 

 

 [트라팔가 로우 생일 축설] 평소와 다른 날 

 

 

 


'꿈이었나'


몇번 눈을 깜박이다가 상체를 일으켰다. 잔상을 내치듯이 몇번 멍한 머리를 좌우로 흔든뒤에 방안을 둘러보았다. 꿈일 뿐이었단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전경이 눈에 담겼다. 햇빛의 냄새가 나던 포근한 이불은 더이상 없었고 눅눅하고 역한 냄새가 가끔 올라오는 침상에 버팔로의 코고는 소리. 햇빛을 만면에 비춰주지 못하는 작은 창에 여전히 어둑한 방 그리고 희미하게 풍겨오는....바다냄새. 그 비릿한 냄새가 다시 한번 자신이 현재 있는 곳이 어딘지 설명해주는것만 같았다. 아침부터 갑갑하게 닥쳐오는 현실감에 살짝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날 이후로는 한번도 가족에 대한 꿈을 꾼적이 없었다. 아니 가끔 나오기도 했었다. 머리도 얼굴도 모든게 하얗게 변한 부모님과 친구들이 피를 흘리며 살려달라고 자신을 쫒아오는 꿈을 꾼적이 있긴 했었다. 하지만 오늘 아침과 같은 꿈을 꾼적은 없었는데. 복잡한 머리속을 털어내듯 다시한번 고개를 세차게 저은후에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섰다. 불어오는 바다바람에 담긴 짠 내음이 아침부터 짜증을 북돋는거 같았다. 터벅터벅 갑판을 걸어가자 먼저 나와있던 글라디우스가 보였다.

 

 

"일찍 일어났군 오늘은 나와 하는 훈련이니까 게으름 피우지 말아라"
"내가 언제는 게으름을 피웠던것처럼 말하네"

인상을 찌푸리며 쳐다보자 모자를 꾹 눌러온다

"그런 건방진 눈빛은 나한테는 하지 말라고 했을텐데"
"저리 손 치워!"

 

 

손 아래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칠수록 더 강해지는 힘에 허리가 점점 굽혀지려는걸 안간힘을 써서 버티고 있자니 한번더 경고하듯이 꾹 누른 손이 떠나간다.

 

 

"암튼 훈련에 늦으면 어제보다 더 혹독한 훈련이 될테니 각오해라"

 


돌아서 가는 뒷모습을 매섭게 노려 보고는 눌려버린 모자를 벗어서 글라디우스가 만진 부분을 털어냈다. 해적이 된 뒤에도 옷은 조금 지저분 할지라도 이 모자만큼은 깨끗하게 빨아서 관리했다. 지금의 내게 남아있는 몇 안되는 그때의 증거 중 하나니까. 그리고 보니 이 모자를 누구에게 받았더라 언제....

 

 

"로우 일찍 일어났네! 버팔로는 아직도 자는거야?"

 

 

멀리서부터 달려온 베이비 파이브가 반갑다는듯 인사를 건냈지만 가볍게 무시했다. 내가 무시하든 말든 신경도 안쓸 녀석이지만 아침에 꾼 꿈때문에 뒤숭숭한 기분에 기억날거 같던 중요했을 기억도 멀어졌으니 더 화를 내지 않는것만으로도 베이비 파이브는 나에게 감사해야 할것이다.

 

 

"또 책 읽으러 가는거야? 로우는 매일 무서운것만 보더라"
"걸리적거리니까 저리가"
"도련님이 너는 의사가 되서 네 병을 치료하려고 공부하는거라던데 네 병도 고칠 정도면 무엇이든 다 고칠수 있겠다"
"귀찮으니까 가라고"
"로우 그럼 나 부탁이....."

 


더이상은 참아줄수 없어 자리에 멈춰서서 매섭게 노려보며 낮은 목소리로 꺼져라고 말해주었다. 이렇게만 해도 이 겁쟁이는 바로 울면서 딴데로 가고는 했었다. 하지만 평소와 달리 울먹거리는 눈을 한채로 도망가지 않고 꾹 참은채 망설이는게 정말 나에게 부탁할게 있는거 같았다.더 귀찮아졌단 생각에 무시하고 걸어가려하자 조심스레 소매 끝을 잡아온다. 귀찮음에 노골적으로 손을 털어내려 해도 더 꽉 소매를 잡는 손길에 쳐다보니 차마 똑바로 보지는 못하겠는지 바닥을 본채 작게 중얼거린다.

 


"....료해줘"
"뭐?"
"치료해줘! 내 방에 상처입은 새 한마리가 있는데 많이 아...파 보인단 말이야...로우는 의사라면서...그럼 그 새도..."

 

 

결국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매달리는 베이비 파이브에 작게 한숨이 나왔다. 아침의 꿈부터 시작해 오늘은 뭔가 평소와는 다른 일들 투성이다. 아무말 없이 베이비 파이브를 지나쳐 가는데 계속 그러고 서있다. 하아 다시 한번 한숨을 쉬고 안내 안해?라고 말하자 그 한마디에 눈물을 그치고 웃으면서 달려오는걸 보자니 순간 겹쳐보이는 얼굴이 있었다. 하지만 그건 안될말이다. 그 애와 저 녀석은 전혀 다르니까. 내가 지켜야 할 도와줘야 하는 이는 이제 이 세상에는 없다.

 


"치료는 잘 끝났어. 안정을 취하면 곧 눈도 뜰수 있을거야"
"와 로우가 하는 말 들었어? 너 정말 잘됐다! 솜씨 좋은 의사한테 치료받아서 헤헤 그럼 로우 얘는 언제 날수 있게될까?"
"날개를 심하게 다쳤으니까 다시 날수 없을지도 몰라.이미 새로서의 운명은 끝났는지도 모르지"
"그런! 그럼 이 새가 너무 불쌍하잖아. 분명 로우가 치료했으니까 다시 날수 있을거야"
".....그 전에 눈이나 뜨길 바래 멍청아"
"맞다! 그래 너 빨리 눈떠! 그래야 하늘을 전처럼 날수 있잖아"

 


가만히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분명 방금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작은 새를 받쳐든 손을 높게 들고는 나는 시늉을 하는 베이비파이브를 보면서 어차피 말려도 듣지 않을거란걸 알기에 애써 무시한채 펼쳐진 소독약과 붕대 등을 정리했다.

 

 

"로우 이제 뭐 할거야?"
"너 때문에 책을 볼 시간이 줄어서 바로 훈련하러 가야되"
"훈련...글라디우스랑 하는거야? 글라디우스는 너무 무서워....너 저번에도 피 많이 흘렸잖아 로우"
"상관없어 그렇게 해서 강해질수만 있다면 그래서 이 세계에 복수 할수만 있다면"
"로우....."
"난 이제 갈거야 그리고 그 새는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난 의사로서 충고했다. 그러니까 혹시 눈을 못 뜨면 내 수술이 잘못된게 아니라 네 탓이야"

 


내 말에 사색이 되는 베이비 파이브를 등지고 할말을 마친후 돌아서 방을 나오려는데 다시 소매를 잡아 끄는 감각이있었다. 귀찮단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자 베이비 파이브가 날 향해 손을 내밀고 웃고 있었다. 뭐야라고 눈빛만으로 물어보자 웃으면서 더 손을 쭉 뻗어오는것에 마지못해 손을 내밀자 무언가를 건네준다. 얼마나 만지작 거렸던건지 의심될정도로 꽤 녹아있는 초콜릿이었다.

 

 

"치료해줘서 고마워 로우!"

활짝 웃어 보이고 가는 베이비 파이브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고마워 로우' 그 말이 머리에서 맴돌았다. 그래 그런 이야기를 들은 날이 있었다. 무엇이 고마운거냐고 물었을때 수녀님은 웃었고 친구들은 나를 둘러싸고 초콜릿과 사탕, 장난감등을 건네주었었다. 아마 아침에 꾼 꿈과 같았던 날 평소와는 달랐던 그날의 기억.

 


언젠가는 저녀석도 죽이고 말거라고 다짐했지만 지금은 이를 악물고 주어진 훈련을 해내야만 했다. 저번에는 폭탄의 위력을 알아야만 한다며 자신을 향해 마구잡이로 폭약을 던지면서 피하라고 하더니 오늘은 연습장에 깔아둔 지뢰를 밟지 않고 제거하라고 했다. 얼마나 많이 설치한건지 하나만 터져도 연속으로 모든 폭약이 터질것 같은 상황이었다. 도피의 배는 매우 튼튼하지만 만의 하나라도 배에 손상은 가지 않게 위력을 감소시킨 폭약이었지만 그건 배의 이야기고 그 안에 뛰어들었을때 아직은 어린 내가 자칫하면 죽을수 있단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상관없다. 이 정도의 훈련도 다 견뎌내고 해내보일거니까. 도련님이 부른다며 잠시 글라디우스가 자리를 비운걸 눈치채지도 못할정도로 폭약 제거에 집중력을 높이고 있을때였다.

 


"로우 여기 있어? 그 아기새 눈 떴어! 이제 좀 있으면 막 날라다닐겠지?"

 


저 멀리서 베이비 파이브가 손에는 아까 치료받고 벌써 기운을 차렸는지 미약하게 울음소리를 내는 새를 안은채 내게 달려오고 있었다. 저 바보가 저기는 지뢰밭인데!

 


"이쪽으로 오지마! 다시 돌아가!"
"뭐라고 로우?"

 

 

잘 안들렸는지 자신쪽으로 더 빠르게 달려오는 베이비 파이브를 보고 왜 그 순간 그 애를 겹쳐 봤는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모든건 다 찰나였다. 귀를 멍멍하게 울리는 폭발음과 몸에 한꺼번에 닥쳐오는 아픔 속에서 내 바로 옆에서 울면서 계속 소리치고 있는 베이비 파이브가 아닌 다른 이의 목소리를 들은것만 같았다.

 


 

그날은 정말 이상한 날이었다.
항상 가장 일찍 일어나는 자신이 심지어 늦잠꾸러기인 라미보다 늦게 일어난 날이었다.

 


"오늘 아침은 로우가 좋아하는 생선구이와 밥이란다"

 


평소보다 더 자상해 보이는 엄마의 목소리에 고개를 잠시 갸웃거리고는 내 자리에 앉았다. 옆에서 커피를 마시며 신문을 보시던 아빠는 내 얼굴을 보더니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다.

 


"어제 준 해부학책이 맘에 들었냐 로우?"
"응 전에 봤던것보다 더 재밌었어. 특히 혈맥에 대한 설명 부분이 가장 흥미로웠어"
"오! 제대로 봤구나 로우. 그 책의 저자가 혈관 수술 분야의 권위자거든 나도 전에 읽었었는데 특히 뇌혈관 부분에 관한 설명이...."
"자자 아침부터 학구열에 불타는 것도 좋지만 오늘 아침은 맛있는 식사를 먹는 일만 생각하자구요 우리 라미도 오빠한테 하고싶은 말이 있는거 같고"
"맞아! 아침부터 그런 이야기는 재미없단 말이야 아빠. 그보다 오빠 오늘 나랑 같이 광장에 놀러가자!"
"광장?"
"응 오늘 엄청나게 화려한 퍼레이드가 열릴거래! 나랑 꼭 가자! 응? 오빠?"

 


방금까지 수업을 마치고 집에 오면 어제밤에 미처 못 읽은 책을 마저 읽을 계획이었어서 고민하는것을 느꼈는지 내 의자 까지 달려와서 팔을 잡고 매달려 연신 오빠 같이 가자를 외치는 라미를 보고 난 엄마, 아빠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이쯤이면 오빠에게 부담을 주지 말라면서 적당히 라미를 만류해주었을 엄마는 그냥 웃으면서 방관하고 있었고 심지어 아빠는 라미가 그렇게 원하는데 같이 가주지 그러냐며 내 등을 떠밀었다. 라미가 나에게 떼를 쓰는게 처음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필사적으로 그 퍼레이드에 무엇이 나오며 얼마나 매력적일지 오빠랑 가는것을 얼마나 바랬는지를 열심히 설명하는것을 보면서 알겠다고 대답했다. 책의 다음 부분을 못 읽게 된건 아쉽지만 환한 라미의 웃음을 봤으니까.

 

성당에 가서도 이상한 하루는 계속 되었다. 친구들이 나에게 다가와 이것저것 물건들을 내밀었다. 나에겐 필요없는건데 왜 주냐고 물을때마다 다들 로우는 오늘이 무슨날인지도 모르나봐하고 킥킥 거리고 웃으면서도 이유는 말해주지 않고 기어코 거절한 물건들을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떠안겼다. 결국 수녀님을 찾아가서 묻자 수녀님도 웃으며 날 안아주고는 이상한 말만 해줄 뿐이었다. 집에 돌아와선 라미가 그토록 바라던 퍼레이드를 보러갔다. 평소라면 자신이 보는것에 빠져 날 잊어버릴 라미가 계속 오빠 재밌어?라고 물으면서 내 눈치를 살피는게 이상했지만 집에 올때는 손도 잡았다. 그리고 집에 도착해서 엄마가 힘좀 썼다면서 의기양양하게 차려놓으신 저녁을 다함께 먹었다. 그리고 부모님과 라미에게서도 선물을 받았다. 그리고 그 선물은 내가 평생 몸에 지니고 다니는 물건이 되었다. 그래 생각났다. 왜 그날이 평소와 달랐는지. 왜냐면 그날은 나의....

 

 

 

눈을 몇차례 깜박이자 하얀 천장이 보인다. 우리 집이 아니다. 하지만 현재 내가 지내는 방도 아니다. 아침의 데자뷰를 느끼면서 몸을 일으키려 했으나 아침과 달리 맘대로 움직이지 않는 몸에 눈만 몇번더 깜박이고 있자니 목소리가 들렸다.

 


"일어났나 로우"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도플라밍고가 있였다. 내가 자신을 쳐다보며 작게 도피라고 부르자 안도한것처럼 선글라스 사이로 강하게 찌푸려있던 미간이 펴지는것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꼭 내 걱정이라도 했던것 같잖아 도피.

 

 

"네 반응을 보니 다행이도 귀는 잘 들리는거 같군. 움직이지 말아라 한동안 안정을 취해야 한다는 의사의 진단이 있었으니까. 그러게 왜 그런 무모한 행동을 한거냐 네 녀석답지 않게. 그나마 코라가 너랑 울고있는 베이비 파이브를 일찍 발견해서 다행이었지"

 

 

코라가?하는 마음으로 고개를 돌렸지만 코라는 아무런 제스쳐도 하지 않고 그저 날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조금 더 고개를 돌리자 울다가 잠든건지 얼굴이 눈물 자국 투성인채 침대에 엎드려 잠들어있는 베이비 파이브가 보였다. 베이비 파이브를 쳐다보는 내 시선을 느꼈는지 도피가 부연설명을 덧붙였다.

 

 

"네 녀석이 그렇게 되고나서 이 녀석이 어찌나 네게 매달리면서 죽지말라고 울어대던지 내 귀가 다 아팠다구."

 

 

작게 새는 이라고 물어보자 잠시 물음표를 띄운 도피가 아하는 감탄사와 함께 베이비 파이브가 계속 안고 있던 새 말하는건가 그 새도 뭔지 모르겠지만 원래 있었던것 같은 상처말고는 괜찮다고 말했다. 내가 괜찮단것을 확인해서인지 도피는 잠든 베이비 파이브를 들어올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난 이만 나가지. 근데 왜 아무 말 안했나 로우. 네녀석이 일어나면 생일 파티를 하자고 버팔로랑 베이비 파이브가 계속 귀찮게 졸라댔는데 며칠 뒤로 미뤄야겠군"


 

무슨 파티라고? 놀라서 도피를 불렀을때는 이미 도피는 방을 나선 상황이었다. 의문을 담은채 아직 자신의 옆에 있는 이 방의 주인을 바라보자 코라는 말 없이 털모자를 나에게 보여주었다. 그제서야 머리를 더듬은 나는 손끝에 느껴지는 모자가 아닌 붕대의 감촉에 코라에게 손을 뻣었다. 하지만 그는 모자를 주지 않고 가만히 바라만 봤다.

 


"모자 달라고 코라"
"......"
"모자 달라니까! 그건 나에게 소중한거라고"
"......"
"왜 소중하냐고 묻는거야? 너는 몰라도 되"
"......"
"아 알겠다고 말하면 되잖아 내 동생이 내 생일날 준 선물이야. 유일하게 내게 남아 있는 증거라고...."

 

 

이젠 내곁에 없는 가족의라는 말은 삼킨채 코라의 손에서 모자를 낚아채듯이 가져온 나는 모자를 품듯이 안았다. 왠지 그 모자에서 그럴리 없건만 그날의 맛있는 음식냄새와 집의 포근했던 벽난로의 온도 그리고 동생과 엄마아빠의 손길이 남아있는것만 같았다. 한참을 그러고 있다가 모자를 다시 머리에 쓰려던 나는 날 여전히 바라보고 있는 코라를 쳐다봤다.

 

 

"근데 어떻게 도피가 내 생일을 아는거야?"
"......"

 

 

손가락을 들어 내 모자를 가리키는 코라에 미간을 찌푸리는 날 보던 코라가 의자에서 일어나 성큼성큼 내게 다가와 내 모자로 손을 뻗었다. 순간 움찔하고 힘을 준 내 손을 부드럽게 떼어낸 코라는 내 손을 모자의 안쪽 한 부분으로 가져갔다.

 

 

"뭐야 거기에 뭐가 있다고...."

 


있었다. '생일 축하해 오빠 XXXX년 10월 6일' 정갈하게 바느질로 새겨진 글씨는 분명 엄마가 새겨 넣은것임에 분명했다. 어느새 떨려오는 손으로 다시 그 글씨를 매만졌다. 아침부터 계속 꿈에서까지 날 찾아오던 기억. 그건 분명 아무도 아프지 않았던 죽음의 백색이 아닌 번영과 아름다움의 백색으로 물들어있었던 하얀도시에서의 가장 행복했던 날의 추억이었다. 평소와 다른 이상하고도 특별했던 날. 지금부터 딱 1년전의 그날. 바로 내 생일날이었다. 따뜻한 손이 볼에 닿은 후에야 나는 내가 울고 있단걸 알았다. 순간 마주친 코라의 눈빛이 너무 따뜻해서. 축하한다고 사랑한다고 말해주었던 그들의 눈과 같아보여서 참아보려 해도 멈추질 않았다. 그런 날 안아주는 코라의 품이 너무 따뜻해서 해적이 되기로 결심하고 도플라밍고 패밀리에 들어온 후 처음으로 소리내어 울어버렸다.

 

 

 


'후후 왜 모두가 너에게 선물을 주고 축하한다고 하는지 궁금하니 로우'
'네 이유를 모르니까요'
'그랬구나 하지만 그 이유를 너에게 알려주는건 내 몫이 아닌거 같아. 대신 나도 너에게 말하고 싶구나 로우. 고마워"
'무슨 말을 하시는지 모르겠어요. 제게 뭐가 고마운거예요 수녀님?"
'네가 태어났다는 사실이 내 앞에 있단 사실이 나는 너무 고맙단다 로우. 앞으로도 많은 이들에게 오늘을 축복받으며 그들에게 고마운 날로 만들어주렴'

 

 


이제는 무슨 말인지 알아요 수녀님. 당신들은 더이상 내 곁에 없지만 앞으로도 오늘을 고마운날 축하받는 날로 만들어 갈게요. 사랑해요.

 

 

 

 

 

 

 

 

 

흣 사실 요즘 조금 바쁘기도 했지만 사실 잠시 잠깐의 휴덕기를 거치고 있었습니다....ㅠㅠㅠ
그런데 어제밤에 자려구 눕는 순간 로우의 생일이 떠오르고 내가 뭘해 하면서 그냥 있자니 머리에서 뭐가 막 맴돌고ㅠㅠㅠ
어차피 머리에서만 맴도는 거니까 못 쓸거야 했는데 말도 안되는 내용을 조작해가면서 이런 글을 투척해버렸습니다;;;;;
무커플링은 처음인데 이런걸 생일 축전이라고 내놓을 바에야 그냥 떡이나 치게 할걸하면서(???) 심히 양심이 찔리지만....
그래도 친구도 가족도 아닌데 생일을 챙긴건 로우 네가 처음이라고!!!라는 자기 만족 애정으로 그냥 올립니다 어차피 덕질은 개인만족이잖아여.....(쭈글
길기만 한 글 끝까지 읽어주신분 있으시다면 감사드려요.


그리고 마지막 수녀님 대사는 계속 변형되었지만 제가 하고 싶었던말입니다.
로우야 태어나줘서 날 덕통사 시켜줘서 트친님들 만나게 해줘서 모든 고맙고 사랑해!!

생일 정말 축하해 해피버스데이 로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