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요굴 2014. 5. 16. 11:42

사용하는 이가 적은걸 알리듯이 끼익 거리는 듣기 싫은 소리와 함께 철문이 열리자 조금 후덥지근하고 건조한 여름바람이 불어온다. 로우는 그 바람에 섞여 나는 담배의 향기에 작게 미소지었다. 찾았다. 담배냄새를 따라 모퉁이를 돌자 옆머리를 짧게 밀고 올백 흰머리를 단정하게 넘긴 그의 모습이 보인다. 담배를 입에 문채 고개만 돌려 누군지 확인한 그는 예상했다는 듯이 별 반응없이 무덤덤하게 고개를 돌린다. 그런 반응은 이미 익숙한듯 로우는 아무말 없이 그의 옆으로가 그가 바라보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운동장은 점심시간에도 넘치는 혈기를 주체못해 함성을 지르며 뛰어다니는 남자애들로 가득차있었고 그 위로 쾌창하고 맑은 하늘에 떠다니는 흰 구름이 보기좋은 어느때와 다름없는 평화로운 학교의 풍경이 보였다.

 


"옥상은 출입금지 구역일텐데"
"그건 너도 마찬가지 아닌가 스모커. 옥상 출입금지는 학생한테만 해당되는게 아닐텐데"

 


스모커라 불린 이는 담배를 입에 문채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선생님이라는 호칭도 없이 대담하게 반말로 말해놓고는 빙글빙글 웃고만 있는 맹랑한 녀석을 보면서 어쩌다 이런 녀석과 엮이게 된건가 생각하니 또 한숨이 입을 비집고 나오려했다. 한달 전 수학여행때 그 일이 있기 전까지 스모커는 로우의 반에서는 수업이 없었기에 딱히 마주치거나 대화를 할일이 없었다. 다만 학교의 선생들이 너도나도 로우학생 로우학생하면서 학교의 기대주라고 떠들었기에 모를수가 없는 단지 많은 학생중에 조금 머리 좋은 학생일뿐이었다. 그 날일로 자신에게 고마운 감정을 느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아무리 고맙다고 해도 왜 자신을 스토킹하듯이 따라다니는지는 알수 없었다. 금연구역인 학교에서 헤비스모커인 자신에게 유일하게 허락하는 잠깐의 옥상위 휴식시간 마저 앞으로 방해받게 생겼다는것을 깨닫자 점점 미간이 찌푸려졌다. 생각중이라 방심했던건지 갑자기 입이 허전해지는 느낌에 짐작가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 스모커는 자신의 짜증은 개의치 않는지 웃으며 스모커에게서 뺏은 담배를 손에 낀채  흔들고 있는 로우를 바라봤다.

 


"이봐 간접흡연은 직접흡연보다 더 해롭다고"
"그럼 네가 옥상에서 내려가면 되겠군."
"안 피우겠다는 말은 안하는군. 학생앞에서 담배를 피우다니 선생으로서의 자각이 없는건가?"

 


너야말로 학생이란 자각은 있는건가라고 반박하려 입을 열었던 스모커는 왜 자신이 이 애송이의 말에 일일이 휘둘려 대답해주고 있는건가 싶어 아무말 없이 입을 다물었다. 무시하고 새로운 담배를 꺼낼지 아님 저 손에 있는것을 뺏어야 할지 고민하는 스모커를 잠시 바라보던 로우는 얇은 입술로 호선을 그리더니 손에들고 있던 담배를 입으로 옮겨 물었다. 로우의 갑작스런 행동에 놀랐던 스모커는 금방 어이없단 표정을 지을수 밖에 없었다. 세련된 동작으로 담배를 베어 문것과 달리 한번 숨을 들이키자마자 거세게 기침을 하며 몸까지 앞으로 숙인 로우의 모습은 평소의 여유만만한 모습을 생각하면 귀엽기까지 했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담배를 뺏어 바닥에 버리고 발로 밝아 끈 스모커는 많이 매웠는지 눈가까지 붉어진채 글썽이는 로우를 보고 나오려는 웃음을 억누르고 펴질줄 모르는 등을 다소 거칠게 쓰다듬어주었다. 어느전도 진정이 되었는지 아직 얼굴에 붉은기는 남아있지만 허리를 펴고 심호흡을 하는 로우를 보며 스모컨 입을 열었다.

 


"젊으면 무모하다지만 자신을 알고 덤벼야 승산이 있는법이다"
"하 사람이 숨도 못 쉴만큼 독한 담배를 피는 네가 문제다!!담배에 얼마나 많는 유해성분이 들어이쏘 그로인해 유발되는 질병만 해도...."
"난 너한테 권한적이 없다. 어른인척은 이제 그만하고 내려 가봐라 애송이. 곧 수업종이 칠거다."

 


이만 내려가라하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자신을 외면하는 스모커를 바라보며 로우는 체면을 구긴 느낌에 입술을 깨물었다. 어차피 이런 장난으로 쉽게 넘어오리란 기대는 하지도 않았었다. 한달 넘게 따라다녔으니 이제 강수를 좀 띄어볼까. 방금까지 제꾀에 넘어가 분하단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던 로우가 갑자기 여유로운 미소를 띄며 다가오자 스모커는 위기감을 느꼈다. 이 녀석이 이런 표정을 지었을때는 항상 자신에게 곤란한 일만 발생했었다.

 


"스모커여 처음에는 괴롭고 힘들었어도 사람이란 동물은 곧 그에 익숙해지면 그런 괴로움을 더 이상 느끼지 않지. 특히 담배는 익숙을 넘어서면 쾌감까지 느끼게 해서 사람을 중독까지 이르게 하지"

 


또 무슨 수작인가 하면서 쳐다보는 스모커를 향해 미소짓던 로우는 갑자기 스모커 쪽으로 손을 뻣었다. 예상치 못한 행동에 미처 대응하지 못한 스모커는 자신의 입술에 닿는 부드러운 감촉에 지금 무슨일이 일어난건지 이해가 안가서 눈을 몇번이나 깜박였다. 어느새 입안을 누비는 상대의 혀의 감촉과 질척거리는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밀어내려 했을때는 아쉽다는 듯이 쪽소리와 함께 입술이 떨어진 후였다.

 


"이렇게 맛보니까 별로 안 독한거 같군. 이런식이면 금방 익숙해질지도"

 


남고생이라는 안 믿겨질 정도로 농밀한 미소를 지으며 혀를 내어 입술을 핥은 로우는 여전히 자신을 얼빠진채 쳐다보는 스모커에게서 잠시 붙었던 몸을 떼고 아까 열고 들어온 철문 쪽으로 발을 옮겼다.

 


"네 말대로 곧 있으면 수업종이 칠테니까 난 이만 내려가겠다. 담에 또 보자구 스모커"

 


살랑살랑 흔들어 대는 손과 그 얇은 실루엣이 완전히 없어진 후에야 스모커는 쓰러지듯이 벽에 등을 기댔다.방금 일어난 일을 천천히 분석해보려 떠올리자 입안에서서 담배향과 함께 따뜻하고 말캉했던 느낌이 아직 남아있는거 같아 얼굴이 붉어질거 같았다. 망할 애송이가 라고 중얼거린 스모커는 손을 들어 얼굴을 덮었다. 익숙해지면 그 다음은 중독이라고? 그 애송이의 제멋대로인 행동에 한달만에 익숙해진거 같단 사실과 아까 밀쳐내려했다면 더 빨리 할수 있었단 사실이 왠지 맘에 걸리는것을 애써 무시하며 스모커는 담배를 꺼내 물었다. 이대로 그 애송이에게 계속 휘둘릴수만은 없다. 그렇다면 다음은 자신이 반격할 차례인가. 멍하게 그런생각을 하며 내뿜은 스모커의 연기가 여전히 파랗고 쾌청한 하늘에 섞여 날렸다.

 

 

스모커랑 로우가 첨 만난사건은 이 학교는 매년 고2학생들은 같은 장소로 수학여행을 떠나서 둘째날 밤에 담력체험을 하는게 관행인데 전교 1등이라고 아프다고 양호실가서 자고 체육도 째고 하는 로우가 아니꼬왔던 반 애들 몇명이 짜고 로우가 길을 잃게 한것임. 로우가 실종되서 경찰에 신고하고 수학여행온 선생님들이 같이 찾았는데 추위에 떨고 있던 로우를 제일 먼저 발견하고 구해준게 스모커ㅎㅎ그 담부터 로우가 반해서 따라다님.

스모커는 국어도 좋고 도덕도 좋고(고딩때 도덕을 배우나?중딩때까지만 배운거 같은데;;)사회문화나 지리 선생님이어도 좋을듯. 암튼 로우는 이과반 스모커는 문과반 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