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요굴 2014. 10. 5. 23:27

 

bgm :   천상지희 here

 

* 주의: 가장 최근인 원피스 762화의 네타 내용도 많이 포함되어 있는 글입니다. 스포되어도 괜찮으신 분만 읽어주세요. 스포를 떠나서도 내용조작이 심합니다 그점도 감안해주실수 있으신분께만 권장드립니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제가 쓴글은 다 재미가....없는거 같은....ㅠㅠㅠ브금 있습니다 싫으신분은 멈춰주세요(모바일은 브금 재생이 불가합니다ㅠㅠ)

 

 

 

 

 

내 방은 아침의 온화한 햇살이 가장 먼저 비집고 들어오는 곳이었다. 그 부드러운 온기를 느끼며 눈을 비비고 일어나면 집은 아직 새벽의 어스름으로 뒤덮여 있고 안방으로 들어가 아빠와 엄마를 깨운뒤에 라미의 방으로 달려가는것이 내 아침 일과였다. 하지만 그 날 아침은 달랐다. 어제밤에 몰두하며 읽은 해부학 책 때문에 평소와 달리 늦잠을 자버렸고 그 때문인지 엄마와 아빠 심지어 늦잠꾸러기 라미까지 일어나 있었다.

 


"오늘 아침은 로우가 좋아하는 생선구이와 밥이란다"
"오빠 좋은 아침이야"

 


평소보다 더 자상해 보이는 엄마의 목소리 활기찬 라미의 목소리 인자하게 바라보며 웃고 있는 아버지. 평소와는 분명 다른 아침이었다.

 

 

 

 

 

 [트라팔가 로우 생일 축설] 평소와 다른 날 

 

 

 


'꿈이었나'


몇번 눈을 깜박이다가 상체를 일으켰다. 잔상을 내치듯이 몇번 멍한 머리를 좌우로 흔든뒤에 방안을 둘러보았다. 꿈일 뿐이었단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전경이 눈에 담겼다. 햇빛의 냄새가 나던 포근한 이불은 더이상 없었고 눅눅하고 역한 냄새가 가끔 올라오는 침상에 버팔로의 코고는 소리. 햇빛을 만면에 비춰주지 못하는 작은 창에 여전히 어둑한 방 그리고 희미하게 풍겨오는....바다냄새. 그 비릿한 냄새가 다시 한번 자신이 현재 있는 곳이 어딘지 설명해주는것만 같았다. 아침부터 갑갑하게 닥쳐오는 현실감에 살짝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날 이후로는 한번도 가족에 대한 꿈을 꾼적이 없었다. 아니 가끔 나오기도 했었다. 머리도 얼굴도 모든게 하얗게 변한 부모님과 친구들이 피를 흘리며 살려달라고 자신을 쫒아오는 꿈을 꾼적이 있긴 했었다. 하지만 오늘 아침과 같은 꿈을 꾼적은 없었는데. 복잡한 머리속을 털어내듯 다시한번 고개를 세차게 저은후에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섰다. 불어오는 바다바람에 담긴 짠 내음이 아침부터 짜증을 북돋는거 같았다. 터벅터벅 갑판을 걸어가자 먼저 나와있던 글라디우스가 보였다.

 

 

"일찍 일어났군 오늘은 나와 하는 훈련이니까 게으름 피우지 말아라"
"내가 언제는 게으름을 피웠던것처럼 말하네"

인상을 찌푸리며 쳐다보자 모자를 꾹 눌러온다

"그런 건방진 눈빛은 나한테는 하지 말라고 했을텐데"
"저리 손 치워!"

 

 

손 아래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칠수록 더 강해지는 힘에 허리가 점점 굽혀지려는걸 안간힘을 써서 버티고 있자니 한번더 경고하듯이 꾹 누른 손이 떠나간다.

 

 

"암튼 훈련에 늦으면 어제보다 더 혹독한 훈련이 될테니 각오해라"

 


돌아서 가는 뒷모습을 매섭게 노려 보고는 눌려버린 모자를 벗어서 글라디우스가 만진 부분을 털어냈다. 해적이 된 뒤에도 옷은 조금 지저분 할지라도 이 모자만큼은 깨끗하게 빨아서 관리했다. 지금의 내게 남아있는 몇 안되는 그때의 증거 중 하나니까. 그리고 보니 이 모자를 누구에게 받았더라 언제....

 

 

"로우 일찍 일어났네! 버팔로는 아직도 자는거야?"

 

 

멀리서부터 달려온 베이비 파이브가 반갑다는듯 인사를 건냈지만 가볍게 무시했다. 내가 무시하든 말든 신경도 안쓸 녀석이지만 아침에 꾼 꿈때문에 뒤숭숭한 기분에 기억날거 같던 중요했을 기억도 멀어졌으니 더 화를 내지 않는것만으로도 베이비 파이브는 나에게 감사해야 할것이다.

 

 

"또 책 읽으러 가는거야? 로우는 매일 무서운것만 보더라"
"걸리적거리니까 저리가"
"도련님이 너는 의사가 되서 네 병을 치료하려고 공부하는거라던데 네 병도 고칠 정도면 무엇이든 다 고칠수 있겠다"
"귀찮으니까 가라고"
"로우 그럼 나 부탁이....."

 


더이상은 참아줄수 없어 자리에 멈춰서서 매섭게 노려보며 낮은 목소리로 꺼져라고 말해주었다. 이렇게만 해도 이 겁쟁이는 바로 울면서 딴데로 가고는 했었다. 하지만 평소와 달리 울먹거리는 눈을 한채로 도망가지 않고 꾹 참은채 망설이는게 정말 나에게 부탁할게 있는거 같았다.더 귀찮아졌단 생각에 무시하고 걸어가려하자 조심스레 소매 끝을 잡아온다. 귀찮음에 노골적으로 손을 털어내려 해도 더 꽉 소매를 잡는 손길에 쳐다보니 차마 똑바로 보지는 못하겠는지 바닥을 본채 작게 중얼거린다.

 


"....료해줘"
"뭐?"
"치료해줘! 내 방에 상처입은 새 한마리가 있는데 많이 아...파 보인단 말이야...로우는 의사라면서...그럼 그 새도..."

 

 

결국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매달리는 베이비 파이브에 작게 한숨이 나왔다. 아침의 꿈부터 시작해 오늘은 뭔가 평소와는 다른 일들 투성이다. 아무말 없이 베이비 파이브를 지나쳐 가는데 계속 그러고 서있다. 하아 다시 한번 한숨을 쉬고 안내 안해?라고 말하자 그 한마디에 눈물을 그치고 웃으면서 달려오는걸 보자니 순간 겹쳐보이는 얼굴이 있었다. 하지만 그건 안될말이다. 그 애와 저 녀석은 전혀 다르니까. 내가 지켜야 할 도와줘야 하는 이는 이제 이 세상에는 없다.

 


"치료는 잘 끝났어. 안정을 취하면 곧 눈도 뜰수 있을거야"
"와 로우가 하는 말 들었어? 너 정말 잘됐다! 솜씨 좋은 의사한테 치료받아서 헤헤 그럼 로우 얘는 언제 날수 있게될까?"
"날개를 심하게 다쳤으니까 다시 날수 없을지도 몰라.이미 새로서의 운명은 끝났는지도 모르지"
"그런! 그럼 이 새가 너무 불쌍하잖아. 분명 로우가 치료했으니까 다시 날수 있을거야"
".....그 전에 눈이나 뜨길 바래 멍청아"
"맞다! 그래 너 빨리 눈떠! 그래야 하늘을 전처럼 날수 있잖아"

 


가만히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분명 방금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작은 새를 받쳐든 손을 높게 들고는 나는 시늉을 하는 베이비파이브를 보면서 어차피 말려도 듣지 않을거란걸 알기에 애써 무시한채 펼쳐진 소독약과 붕대 등을 정리했다.

 

 

"로우 이제 뭐 할거야?"
"너 때문에 책을 볼 시간이 줄어서 바로 훈련하러 가야되"
"훈련...글라디우스랑 하는거야? 글라디우스는 너무 무서워....너 저번에도 피 많이 흘렸잖아 로우"
"상관없어 그렇게 해서 강해질수만 있다면 그래서 이 세계에 복수 할수만 있다면"
"로우....."
"난 이제 갈거야 그리고 그 새는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난 의사로서 충고했다. 그러니까 혹시 눈을 못 뜨면 내 수술이 잘못된게 아니라 네 탓이야"

 


내 말에 사색이 되는 베이비 파이브를 등지고 할말을 마친후 돌아서 방을 나오려는데 다시 소매를 잡아 끄는 감각이있었다. 귀찮단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자 베이비 파이브가 날 향해 손을 내밀고 웃고 있었다. 뭐야라고 눈빛만으로 물어보자 웃으면서 더 손을 쭉 뻗어오는것에 마지못해 손을 내밀자 무언가를 건네준다. 얼마나 만지작 거렸던건지 의심될정도로 꽤 녹아있는 초콜릿이었다.

 

 

"치료해줘서 고마워 로우!"

활짝 웃어 보이고 가는 베이비 파이브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고마워 로우' 그 말이 머리에서 맴돌았다. 그래 그런 이야기를 들은 날이 있었다. 무엇이 고마운거냐고 물었을때 수녀님은 웃었고 친구들은 나를 둘러싸고 초콜릿과 사탕, 장난감등을 건네주었었다. 아마 아침에 꾼 꿈과 같았던 날 평소와는 달랐던 그날의 기억.

 


언젠가는 저녀석도 죽이고 말거라고 다짐했지만 지금은 이를 악물고 주어진 훈련을 해내야만 했다. 저번에는 폭탄의 위력을 알아야만 한다며 자신을 향해 마구잡이로 폭약을 던지면서 피하라고 하더니 오늘은 연습장에 깔아둔 지뢰를 밟지 않고 제거하라고 했다. 얼마나 많이 설치한건지 하나만 터져도 연속으로 모든 폭약이 터질것 같은 상황이었다. 도피의 배는 매우 튼튼하지만 만의 하나라도 배에 손상은 가지 않게 위력을 감소시킨 폭약이었지만 그건 배의 이야기고 그 안에 뛰어들었을때 아직은 어린 내가 자칫하면 죽을수 있단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상관없다. 이 정도의 훈련도 다 견뎌내고 해내보일거니까. 도련님이 부른다며 잠시 글라디우스가 자리를 비운걸 눈치채지도 못할정도로 폭약 제거에 집중력을 높이고 있을때였다.

 


"로우 여기 있어? 그 아기새 눈 떴어! 이제 좀 있으면 막 날라다닐겠지?"

 


저 멀리서 베이비 파이브가 손에는 아까 치료받고 벌써 기운을 차렸는지 미약하게 울음소리를 내는 새를 안은채 내게 달려오고 있었다. 저 바보가 저기는 지뢰밭인데!

 


"이쪽으로 오지마! 다시 돌아가!"
"뭐라고 로우?"

 

 

잘 안들렸는지 자신쪽으로 더 빠르게 달려오는 베이비 파이브를 보고 왜 그 순간 그 애를 겹쳐 봤는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모든건 다 찰나였다. 귀를 멍멍하게 울리는 폭발음과 몸에 한꺼번에 닥쳐오는 아픔 속에서 내 바로 옆에서 울면서 계속 소리치고 있는 베이비 파이브가 아닌 다른 이의 목소리를 들은것만 같았다.

 


 

그날은 정말 이상한 날이었다.
항상 가장 일찍 일어나는 자신이 심지어 늦잠꾸러기인 라미보다 늦게 일어난 날이었다.

 


"오늘 아침은 로우가 좋아하는 생선구이와 밥이란다"

 


평소보다 더 자상해 보이는 엄마의 목소리에 고개를 잠시 갸웃거리고는 내 자리에 앉았다. 옆에서 커피를 마시며 신문을 보시던 아빠는 내 얼굴을 보더니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다.

 


"어제 준 해부학책이 맘에 들었냐 로우?"
"응 전에 봤던것보다 더 재밌었어. 특히 혈맥에 대한 설명 부분이 가장 흥미로웠어"
"오! 제대로 봤구나 로우. 그 책의 저자가 혈관 수술 분야의 권위자거든 나도 전에 읽었었는데 특히 뇌혈관 부분에 관한 설명이...."
"자자 아침부터 학구열에 불타는 것도 좋지만 오늘 아침은 맛있는 식사를 먹는 일만 생각하자구요 우리 라미도 오빠한테 하고싶은 말이 있는거 같고"
"맞아! 아침부터 그런 이야기는 재미없단 말이야 아빠. 그보다 오빠 오늘 나랑 같이 광장에 놀러가자!"
"광장?"
"응 오늘 엄청나게 화려한 퍼레이드가 열릴거래! 나랑 꼭 가자! 응? 오빠?"

 


방금까지 수업을 마치고 집에 오면 어제밤에 미처 못 읽은 책을 마저 읽을 계획이었어서 고민하는것을 느꼈는지 내 의자 까지 달려와서 팔을 잡고 매달려 연신 오빠 같이 가자를 외치는 라미를 보고 난 엄마, 아빠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이쯤이면 오빠에게 부담을 주지 말라면서 적당히 라미를 만류해주었을 엄마는 그냥 웃으면서 방관하고 있었고 심지어 아빠는 라미가 그렇게 원하는데 같이 가주지 그러냐며 내 등을 떠밀었다. 라미가 나에게 떼를 쓰는게 처음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필사적으로 그 퍼레이드에 무엇이 나오며 얼마나 매력적일지 오빠랑 가는것을 얼마나 바랬는지를 열심히 설명하는것을 보면서 알겠다고 대답했다. 책의 다음 부분을 못 읽게 된건 아쉽지만 환한 라미의 웃음을 봤으니까.

 

성당에 가서도 이상한 하루는 계속 되었다. 친구들이 나에게 다가와 이것저것 물건들을 내밀었다. 나에겐 필요없는건데 왜 주냐고 물을때마다 다들 로우는 오늘이 무슨날인지도 모르나봐하고 킥킥 거리고 웃으면서도 이유는 말해주지 않고 기어코 거절한 물건들을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떠안겼다. 결국 수녀님을 찾아가서 묻자 수녀님도 웃으며 날 안아주고는 이상한 말만 해줄 뿐이었다. 집에 돌아와선 라미가 그토록 바라던 퍼레이드를 보러갔다. 평소라면 자신이 보는것에 빠져 날 잊어버릴 라미가 계속 오빠 재밌어?라고 물으면서 내 눈치를 살피는게 이상했지만 집에 올때는 손도 잡았다. 그리고 집에 도착해서 엄마가 힘좀 썼다면서 의기양양하게 차려놓으신 저녁을 다함께 먹었다. 그리고 부모님과 라미에게서도 선물을 받았다. 그리고 그 선물은 내가 평생 몸에 지니고 다니는 물건이 되었다. 그래 생각났다. 왜 그날이 평소와 달랐는지. 왜냐면 그날은 나의....

 

 

 

눈을 몇차례 깜박이자 하얀 천장이 보인다. 우리 집이 아니다. 하지만 현재 내가 지내는 방도 아니다. 아침의 데자뷰를 느끼면서 몸을 일으키려 했으나 아침과 달리 맘대로 움직이지 않는 몸에 눈만 몇번더 깜박이고 있자니 목소리가 들렸다.

 


"일어났나 로우"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도플라밍고가 있였다. 내가 자신을 쳐다보며 작게 도피라고 부르자 안도한것처럼 선글라스 사이로 강하게 찌푸려있던 미간이 펴지는것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꼭 내 걱정이라도 했던것 같잖아 도피.

 

 

"네 반응을 보니 다행이도 귀는 잘 들리는거 같군. 움직이지 말아라 한동안 안정을 취해야 한다는 의사의 진단이 있었으니까. 그러게 왜 그런 무모한 행동을 한거냐 네 녀석답지 않게. 그나마 코라가 너랑 울고있는 베이비 파이브를 일찍 발견해서 다행이었지"

 

 

코라가?하는 마음으로 고개를 돌렸지만 코라는 아무런 제스쳐도 하지 않고 그저 날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조금 더 고개를 돌리자 울다가 잠든건지 얼굴이 눈물 자국 투성인채 침대에 엎드려 잠들어있는 베이비 파이브가 보였다. 베이비 파이브를 쳐다보는 내 시선을 느꼈는지 도피가 부연설명을 덧붙였다.

 

 

"네 녀석이 그렇게 되고나서 이 녀석이 어찌나 네게 매달리면서 죽지말라고 울어대던지 내 귀가 다 아팠다구."

 

 

작게 새는 이라고 물어보자 잠시 물음표를 띄운 도피가 아하는 감탄사와 함께 베이비 파이브가 계속 안고 있던 새 말하는건가 그 새도 뭔지 모르겠지만 원래 있었던것 같은 상처말고는 괜찮다고 말했다. 내가 괜찮단것을 확인해서인지 도피는 잠든 베이비 파이브를 들어올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난 이만 나가지. 근데 왜 아무 말 안했나 로우. 네녀석이 일어나면 생일 파티를 하자고 버팔로랑 베이비 파이브가 계속 귀찮게 졸라댔는데 며칠 뒤로 미뤄야겠군"


 

무슨 파티라고? 놀라서 도피를 불렀을때는 이미 도피는 방을 나선 상황이었다. 의문을 담은채 아직 자신의 옆에 있는 이 방의 주인을 바라보자 코라는 말 없이 털모자를 나에게 보여주었다. 그제서야 머리를 더듬은 나는 손끝에 느껴지는 모자가 아닌 붕대의 감촉에 코라에게 손을 뻣었다. 하지만 그는 모자를 주지 않고 가만히 바라만 봤다.

 


"모자 달라고 코라"
"......"
"모자 달라니까! 그건 나에게 소중한거라고"
"......"
"왜 소중하냐고 묻는거야? 너는 몰라도 되"
"......"
"아 알겠다고 말하면 되잖아 내 동생이 내 생일날 준 선물이야. 유일하게 내게 남아 있는 증거라고...."

 

 

이젠 내곁에 없는 가족의라는 말은 삼킨채 코라의 손에서 모자를 낚아채듯이 가져온 나는 모자를 품듯이 안았다. 왠지 그 모자에서 그럴리 없건만 그날의 맛있는 음식냄새와 집의 포근했던 벽난로의 온도 그리고 동생과 엄마아빠의 손길이 남아있는것만 같았다. 한참을 그러고 있다가 모자를 다시 머리에 쓰려던 나는 날 여전히 바라보고 있는 코라를 쳐다봤다.

 

 

"근데 어떻게 도피가 내 생일을 아는거야?"
"......"

 

 

손가락을 들어 내 모자를 가리키는 코라에 미간을 찌푸리는 날 보던 코라가 의자에서 일어나 성큼성큼 내게 다가와 내 모자로 손을 뻗었다. 순간 움찔하고 힘을 준 내 손을 부드럽게 떼어낸 코라는 내 손을 모자의 안쪽 한 부분으로 가져갔다.

 

 

"뭐야 거기에 뭐가 있다고...."

 


있었다. '생일 축하해 오빠 XXXX년 10월 6일' 정갈하게 바느질로 새겨진 글씨는 분명 엄마가 새겨 넣은것임에 분명했다. 어느새 떨려오는 손으로 다시 그 글씨를 매만졌다. 아침부터 계속 꿈에서까지 날 찾아오던 기억. 그건 분명 아무도 아프지 않았던 죽음의 백색이 아닌 번영과 아름다움의 백색으로 물들어있었던 하얀도시에서의 가장 행복했던 날의 추억이었다. 평소와 다른 이상하고도 특별했던 날. 지금부터 딱 1년전의 그날. 바로 내 생일날이었다. 따뜻한 손이 볼에 닿은 후에야 나는 내가 울고 있단걸 알았다. 순간 마주친 코라의 눈빛이 너무 따뜻해서. 축하한다고 사랑한다고 말해주었던 그들의 눈과 같아보여서 참아보려 해도 멈추질 않았다. 그런 날 안아주는 코라의 품이 너무 따뜻해서 해적이 되기로 결심하고 도플라밍고 패밀리에 들어온 후 처음으로 소리내어 울어버렸다.

 

 

 


'후후 왜 모두가 너에게 선물을 주고 축하한다고 하는지 궁금하니 로우'
'네 이유를 모르니까요'
'그랬구나 하지만 그 이유를 너에게 알려주는건 내 몫이 아닌거 같아. 대신 나도 너에게 말하고 싶구나 로우. 고마워"
'무슨 말을 하시는지 모르겠어요. 제게 뭐가 고마운거예요 수녀님?"
'네가 태어났다는 사실이 내 앞에 있단 사실이 나는 너무 고맙단다 로우. 앞으로도 많은 이들에게 오늘을 축복받으며 그들에게 고마운 날로 만들어주렴'

 

 


이제는 무슨 말인지 알아요 수녀님. 당신들은 더이상 내 곁에 없지만 앞으로도 오늘을 고마운날 축하받는 날로 만들어 갈게요. 사랑해요.

 

 

 

 

 

 

 

 

 

흣 사실 요즘 조금 바쁘기도 했지만 사실 잠시 잠깐의 휴덕기를 거치고 있었습니다....ㅠㅠㅠ
그런데 어제밤에 자려구 눕는 순간 로우의 생일이 떠오르고 내가 뭘해 하면서 그냥 있자니 머리에서 뭐가 막 맴돌고ㅠㅠㅠ
어차피 머리에서만 맴도는 거니까 못 쓸거야 했는데 말도 안되는 내용을 조작해가면서 이런 글을 투척해버렸습니다;;;;;
무커플링은 처음인데 이런걸 생일 축전이라고 내놓을 바에야 그냥 떡이나 치게 할걸하면서(???) 심히 양심이 찔리지만....
그래도 친구도 가족도 아닌데 생일을 챙긴건 로우 네가 처음이라고!!!라는 자기 만족 애정으로 그냥 올립니다 어차피 덕질은 개인만족이잖아여.....(쭈글
길기만 한 글 끝까지 읽어주신분 있으시다면 감사드려요.


그리고 마지막 수녀님 대사는 계속 변형되었지만 제가 하고 싶었던말입니다.
로우야 태어나줘서 날 덕통사 시켜줘서 트친님들 만나게 해줘서 모든 고맙고 사랑해!!

생일 정말 축하해 해피버스데이 로우

 

 

 

 

 


 

posted by 요굴 2014. 7. 17. 21:00

* 현대물, 수위 주의

  사브레님께 드린 페르세포네( http://yogul.tistory.com/50 )의 다른 버젼이었던.....그 잔여물같은 단문

 

 

 

거실로 들어가 가까운데 있던 쇼파에 핑크색 털코트를 벗어 던지고 자켓을 벗은뒤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고 손목의 커프스까지 풀어 소매를 접어 올린 도플라밍고는 이주일만에 들어오는 집을 둘러보았다. 역시나 거실에는 없고 방에 있을려나. 로우의 방과 자신의 방 문을 열어보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이 집을 못 나가는 녀석이니 어디에 간 것은 아닐것이다. 그럼 어디에 있는걸까 생각하며 고개를 돌리던 도플라밍고의 눈에 욕실 문이 보였다. 욕실 문을 열은 도플라밍고는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는 이를 확인하고는 오랜만에 부드러운 미소를 입에 그렸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음에도 불구하고 감겨 있는 눈을 뜨지 않고 꾹 다물린 입을 열지도 않은채 조용히 물에 담겨있는 이의 이름을 도플라밍고는 불렀다. 로우. 아무런 대답이 없는 모습을 조금 바라보다가 도플라밍고는 욕조로 다가갔다. 물 사이로 비쳐 보이는 몸이 이주 사이에 더 말라있었다. 억지로라도 먹이라니까. 혀를 몇번 찬 도플라밍고는 자신이 가까이 다가와 있는데도 고개 한번 돌려주지 않는 녀석의 이름을 다시 불렀다. 로우. 손을 뻣어 물기 맺힌 머리를 뒤로 쓸어올린 도플라밍고는 고개를 내려 귓가에 속삭였다. 로우. 그래도 아무런 반응이 없는것에 피식하고 웃은 도플라밍고는 팔을 욕조에 담가 물에 잠겨있는 몸을 천천히 쓸어내렸다. 오랜만에 손 끝에 닿는 살결에 등에 오싹하고 흥분감이 흐르는게 느껴졌다. 그래도 아무런 반응을 갚지 않는것에 귓가에 숨을 불어넣은 도플라밍고는 점점 손을 내려 허벅지 안쪽으로 손을 움직였다. 거의 목표 지점에 다다를 쯤에 멈춰진 자신의 손에 피식 웃은 도플라밍고는 고개를 들었다. 거기에는 어느새 눈을 뜨고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로우가 있었다.

 


"오자마자 무슨 짓이지 도플라밍고"
"후후훗 내가 네 이름을 몇번을 불렀는지 알아 로우?"

 


가만히 도플라밍고를 노려보던 로우는 잡고있던 팔을 탁소리나게 쳐내고는 다시 눈을 감았다.

 


"난 목욕중이다. 목욕때는 건드리지 말라고 말했을텐데"
"그럼 내가 오면 항상 네 목욕이 중지 되었단것도 기억하겠군 후후훗"
".....난 할 생각 없어. 급하면 아무 남자나 여자를 불러. 내 침대에서 뒹굴든 거실 쇼파에서 뒹굴든 상관 안할테니까"
"흠....네가 셋이서 하는걸 원한다면 불러주지. 너 쌓였을거 아니야 여기"

 


능글거리는 미소를 뛰운채 로우의 아래 쪽을 검지로 가리킨 도플라밍고는 잠시 노려보더니 고개를 돌려버리는 로우를 보고는 셔츠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는 로우가 머리를 짚으며 한숨을 쉬고는 욕조에서 몸을 일으켰다. 근처에 걸린 수건을 낚아채고는 나가려는 로우를 팔을 뻣어 앞을 막아선 도플라밍고는 어깨를 잡은뒤 다시 귓가에 속삭였다.

 


"나랑 하자 로우"     
"싫다"


 

싸늘한 한 마디를 뱉고 나가려는 로우를 잡아챈 도플라밍고는 잽싸게 팔을 잡아 뒤로 꺽고 벽에 밀어 붙였다. 몸에 가해진 충격에 미간을 찌푸리는 로우의 뒤에 딱 달라붙어서 도플라밍고는 이미 달아오른 자신의 아래를 로우의 엉덩이에 밀착했다. 밀착한채 꼭 피스톤질을 하듯이 앞뒤로 움직이며 자극하자 짜증섞인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그만하지" 
"후후훗 여기서 그만두면 너도 곤란할텐데"

 


한손을 앞으로 뻣어 로우의 페니스를 손에 쥔 도플라밍고는 부드러운 애무에 반응하는 아래를 느끼며 귓볼을 깨물었다. 항상 자리잡고 있는 피어싱 두개가 입안에서 부딪히며 나는 짤그랑 거리는 소리가 더욱 흥분감을 올려주는거 같았다. 이쯤되면 어떻게 해도 빠져나갈수 없단걸 잘아는 로우가 힘을 빼는것을 느끼며 도플라밍고는 머리사이로 들어난 가녀린 목선에 코를 묻었다. 오랜만에 맡는 체취를 느끼며 도플라밍고는 느릿하게 바지 버클을 내렸다. 

 

 

 

 

 

오랜만의 섹스인데도 제대로 풀어주지도 않는 도플라밍고에게 욕실에서 선채로 난폭하게 휘둘린 로우는 힘이 들어가지 않는 몸에 휘청였다. 말랐지만 장신인 로우의 몸을 가뿐하게 들어올린 도플라밍고는 언제 시들었냐는 듯이 다시 꼿꼿하게 선 자신의 아래를 가리지 않은채 침실로 향했다. 침대에 내려놓고 자신을 노려보는 로우의 눈빛을 능글거리는 웃음으로 넘긴 도플라밍고는 다시 그 위에 올라탔다.

 


"오늘밤 제대로 나랑 놀아보자구 로우"

 

 

 

 

 

2014. 7. 17.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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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요굴 2014. 7. 3. 17:37

도시락을 들고 상디는 계단을 올랐다. 녹슨 철문 앞에 멈춰선 상디는 굳게 잠겨 있던 자물쇠를 손으로 몇번 만지작 거렸는데 놀랍게도 열쇠가 없는데도 자물쇠는 쉽게 상디의 손에서 풀렸다. 학교옥상의 자물쇠가 망가져있단 사실을 상디는 일주일전에 안쓰는 책걸상을 옥상으로 옮기라는 담임의 귀찮은 심부름 때문에 알게되었다. 그때도 느낀거지만 진짜 겉으로 보기엔 멀쩡해 보이는 자물쇠를 보며 상디를 고개글 갸웃거렸다. 정말 교묘하게 망가져서 저절로 망가진거라기보단 누가 망가트린것 같단 생각을 지울수 없었다. 아무렴 어때란 생각을 하며 상디는 옥상문을 열었다. 녹이 슬은 문은 듣기 싫은 쇳소리를 내었만 철문을 열자 휘감기는 따뜻한 봄바람은 기분 좋았다. 아직 학기 초라 그런건지 아님 여기 자물쇠가 망가진걸 아는 이가 없는건지 학교옥상이라면 막연히 떠올릴만한 쓰레기나 담배연기, 인상쓰며 위협을 가할 양아치도 없는 옥상에 상디는 기지개를 피고는 그늘진 좋은 자리를 찾아 앉았다. 싸온 도시락을 풀어낸뒤에 합장을 하고 자신이 만든 음식을 입에 집어넣었다. 자신이 만든거지만 언제 어떤 음식을 먹어도 자신의 요리는 정말 맛있었다. 시끄러운 두 녀석이 빠져 평소와 달리 조용한 식사 시간에 상디는 설마 그 두 녀석이 병결일줄은 상상도 못해 싸온 엄청난 양의 도시락에 한숨을 내쉬었다. 쇠라도 씹어먹을듯한 튼튼함을 빼면 시체인 마리모녀석이랑 루피가 전염성 눈병에 걸려 무려 병결로 학교를 쉬다니. 그런 말도 안되는 일이 일어났단게 상디는 아직도 이해가 안갔다. 녀석들이 있으면 식사시간이 아닌 전투 시간으로 변하긴 하지만 역시 밥은 혼자 보다 누군가와 함께하는게 좋다. 저번에 알게된 옥상이라도 올라와서 기분 전환삼아 먹어야 겠다 생각을 했는데도 왠지 모를 적적함을 지울수는 없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때 끼익 거리며 누군가가 들어오는 소리가 나 상디는 화들짝 놀라 옥상문 쪽을 바라봤다. 젠장 처음으로 올라와 본건데 딱 걸릴줄이야. 당연히 선생일거라 생각하며 인상을 찌푸렸던 상디의 눈에 낯익은 자신과 같은 교복이 보였다. 학생? 그런 생각을 하며 고개를 올린 상다의 눈에 담기는 인형의 정체에 상디는 눈을 크게 떴다. 소문의 신입생이자 자신의 적인 그 `트라팔가 로우`였다.


 이 학교 학생이라면 아니 인근 지역 학생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유명한 트라팔가 로우였다. 전국 모의고사에서 1등을 한번도 놓친적 없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로 천재 소리를 듣고 있는 그는 눈밑의 짙은 다크서클과 큰키에 비해 마른몸이 음침한 느낌을 줄법도 하건만 잘 갖춰진 외모로 많은 여자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리고 상디에게는 빌어먹을 녀석이었다. 모든 레이디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그에게 있어 많은 여학생들의 시선을 빼앗은걸로도 모자른지 그 고운 눈에서 눈물까지 흘리게 하는 트라팔가 로우는 공공연한 남자들의 적이자 재수없는 녀석이었다. 저번달에 교문앞에서 고백했다가 단칼에 거절당하고 얼굴이 붉어진채 도망갔던 아리따웠던 여학생이 떠오르자 잊고있던 분노가 다시 떠올라 상디는 자리를 피해야 하나 고민했다. 하지만 도시락을 싸서 다시 내려가는건 귀찮았고 자신이 피해서 도망가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떠올랐기에 상디는 무시하기로 했다. 적적함이 없지 않아 있지만 평화로운 식사시간은 흔치 않았고 여기에서 보이는 하늘이 썩 괜찮았으니까.

상대도 자신을 눈치챈거 같았지만 딱히 말을 걸어오지는 않았기에 상디는 무시한채 식사를 재개했다. 하지만 곧 느껴지는 시선에 상디는 미간을 점점 찌푸렸다. 평소 성격대로 뭘보냐 이 새끼야 당장 눈 안돌려 라고 화를 낼까도 했지만 상디는 참을인자를 세번 새겨넣었다. 하지만 상디의 한계점은 낮았고 고개를 쳐들고 시선이 느껴지는 장소로 고개를 돌렸다. 자신의 아닌 자신의 도시락을 쳐다보고 있던 로우도 자신의 시선을 느꼈는지 천천히 고개를 올려 무덤덤한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봤다. 여전히 재수없는 면상이라 생각하며 상디는 입을 열었다.

 


"야 밥먹는거 처음 보냐? 앙? 그 눈 당장 저리 치워라"
"실례를 저질렀나 보군. 미안하다. 식사를 계속 하도록"

 


그렇게 말하고는 바로 도시락으로 고개를 돌리는 로우에 상디는 황당함을 느꼈다. 싸가지 없는 녀석이라 들어서 한바탕 시비를 걸어줄까 했는데 바로 이렇게 저자세로 사과를 해올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왠지 느껴지는 뻘쭘함에 도시락으로 다시 시선을 돌린 상디는 다시 밥을 먹으려 했다. 하지만 왠지 신경이 쓰여 상디는 계속 옆을 힐끔 거렸다. 도시락으로 매점에서 사온거 같은 빵을 들고 엄청나게 미간을 찡그린채 로우는 빵을 도대체 먹는건지 안 먹는건지 모를정도로 야금야금 베어 먹고 있었다. 무슨 저렇게 맛없게 빵을 먹냐. 깨작깨작 먹는 사람을 제일 싫어하는 상디에게는 로우를 싫어할 이유가 하나 더 추가되는 순간이었다. 내가 왜 저 녀석을 의식하나 싶어 애써 고개를 다시 돌린 상디는 밥을 먹으려고 숟가락을 들었지만 결국 얼마 가지 못했다. 두 식충이도 그렇고 왜 레이디도 아닌 녀석들한테 왜 이렇게 맘이 쓰이는걸까. 배고파 쓰러져있던 루피와의 엽기적인 만남을 떠올리며 상디는 그 녀석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요리사일때만 발휘되는 흔치 않은 남자에 대한 온정을 건드리는 로우에게 말을 건넸다.

 


"야 넌 무슨 밥을 그렇게 맛없게 먹냐"

 


자신의 갑작스런 참견에도 여전히 무심한 표정을 하고 있는 로우는 빵을 미간을 찌푸린채 베어먹었다. 대답은 안하려나 하는 생각을 할때 낮은 저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빵은 밥이 아니다"
"밥은 아니지만 식사잖냐 웃으면서 먹으라고"

 


상디가 하는말을 무시하듯 빵을 입에 물고 꾸역꾸역이란게 어울리는 느낌으로 삼켜대던 로우는 아까보다 화난듯한 표정을 지었다.


 

"방금 보지말라고 화를 내놓고서 왜 나에게 관심을 가지는줄 모르겠군. 난 빵을 싫어한다 그런데 싫은걸 먹으면서 웃으라니. 그런 도시락을 가지고 있는 녀석다운 충고이군."
"지금 내 도시락에 시비거는거냐 앙?"
"시비거는건 도시락이 아니고 너다. 누가 만든건지 몰라도 영양밸런스까지 신경쓴 훌륭한 도시락을 가진채 충고라니 필요없다."


 

예상외의 말에 놀란 상디는 멍한 표정을 하다가 웃어버렸다. 상디가 웃든말든 계속 미간을 찌푸린채 빵을 먹는 로우를 보며 상디는 손짓을 했다.


 

".....재수는 없지만 두식충이 녀석들하고 달리 보는 눈은 있는 녀석이네. 일로와봐"
"날 어떻게 판단했는지 몰라도 그런 말에 따를 샌님으로 착각하고 있다면 오산이다"


 

서늘한 로우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상디는 더한 기세로 미간을 찌푸렸다.

 


"야 그럼 거기서 어떻게 먹겠단거냐? 특별히 이 특급 요리사 상디님의 맛있는 요리를 먹게 해주겠다고 마침 식충이 두녀석이 아픈걸 모르고 많이 만들어 왔으니까."
"네가 그걸 다 만들었다는 거냐?"
"그럼 누가 만들었단 거냐 이걸?"


 

가만히 상디를 바라보던 로우는 알수 없다는 듯이 도시락과 상디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더니 결국 조용히 일어나 상디와 마주보는 자리에 앉았다. 로우 몫으로 내민 숟가락과 젓가락도 받아든 로우는 가만히 손을 모아 합장을 하더니 잘먹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 모습에 상디는 의외로 예의바른 녀석이구나 싶어 조금 놀랐다. 음식에 예의를 갖출줄 아는 녀석치고 나쁜 녀석은 없단게 상디의 지론이었기 때문이다. 계란말이를 제일먼저 들어 입어 넣고 오물거리며 먹던 로우는 놀란듯 눈을 좀 크게 뜨고 상디의 얼굴과 계란말이를 번갈아 바라 보았다. 그 반응에 상디는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아까 빵을 먹을때의 찌푸려진 표정과 매우 대조적인 표정과 반응이 뿌듯함을 주었다. 조용히 꽤나 많은 양을 먹는 로울르 보며 상디도 놓았던 숟가락과 젓가락을 들었다. 대화는 없지만 아까보다 기분 좋은 식사시간이 된 느낌이었다.


 

"잘 먹었다. 이렇게 맛있는 음식은 처음이군"


 

기대도 안했는데 꽤나 솔직한 감상에 상디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아까부터 궁금한것을 물어보기로 했다.

 


"근데 너 빵이 싫으면 삼각김밥을 먹으면 되지 않냐? 도시락은 무리라해도"
"오늘 학식이 맛이 없던건지 갔더니 빵 말고는 남은게 없었다. 그래서 원래는 굶으려고 했다."
"하 빵 먹을바에야 굶는게 낫다는거냐? 어지간히 싫어하네 그런데 왜 빵을 그렇게 인상쓰며 먹고 있었냐? 며칠 굶은거냐?"
"....음식해주시는 아주머니가 아프셔서 이주동안 못 나오셨다."
"그럼 사서든 만들어서든 뭐든 먹음 되잖아?너 바보야? 설마 2주동안 굶었다고?"
"배고프지 않았으니까. 방금도 빈혈을 동반한 영양실조 증상이 느껴지지 않았다면 저런 빵을 참고 먹지 않았을것이다."

 


대화할수록 어처구니 없는 녀석이란 생각을 하며 상디는 한숨을 내쉬었다. 먹는다는 기본적인 기쁨도 없는 녀석이라니. 그래도...방금 자신의 도시락을 먹으며 새로운 반찬을 입에 넣을때마다 묘하게 움직이던 눈썹을 떠올리며 상디는 킥킥 웃었다. 그건 나름 놀라움과 기쁨의 표현이었던건가. 잘 먹었다며 일어나서 가려는 로우의 뒷모습을 보며 상디는 왜 자신은 레이디도 아닌데 이런 녀석들한테 약한것일까란 생각을 하며 소리쳤다.

 

 

"야 내일도 이시간에 여기로 올라와라! 밥 먹여줄게"

 

 

잠깐 멈칫한 로우의 고개가 미세하게 위아래로 흔들린것을 본 상디는 피식 웃으며 교복상의에 있던 담배를 빼서 물었다. 두 녀석이 다 나으면 정말 엄청난 식사시간이 될거 같군. 그런 생각을 하며 상디는 입에 담긴 연기를 파란 하늘을 향해 뿜어냈다.

 

 

 

 

 

 

 

 

posted by 요굴 2014. 6. 28. 15:30

현대 학원물 배경입니다. 루피로우키드 세명은 같은반이고 나이는 고1 정도 입니다.








찌푸둥한 몸을 느끼며 로우는 힘없이 책상에 머리를 기댔다. 온 몸 구석구석 안 아픈데가 없었다. 이런 쓸데없는 고생을 자신이 자처할 필요가 없단 사실을 머리로 충분히 인식하고 있음에도 한번 발동된 오기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이건 다 그 놈 때문이다. 떠오르는 면상에 이를 갈고 있던 로우는 등에 닥쳐온 갑작스런 충격에 더 가중되는 고통에 윽하는 낮은 신음 소리를 내었다.

 

 

"트랑아 아침부터 왜 이렇게 쳐져있어? 시시시싯"
"하아....밀짚모자야 내가 분명히 돌진하지 말라고 말했을텐데."
"그랬나? 그래도 난 트랑이 보면 반가워서 뛰어오고 싶어지는걸 시시싯"

 


로우의 미간이 험악하게 구겨져도 아랑곳 하지 않고 등에 매달려 시시싯거리며 밝게 웃는 루피의 모습에 로우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 놈도 그렇고 이 녀석도 그렇고 왜 자신의 주변에는 이런 녀석들 밖에 없는걸까.

 

 

"킁킁 근데 트랑이 몸에서 이상한 냄새 난다!"
“얼굴 저리 치워라 밀짚모자야”
"잠깐만! 이 냄새 뭔지 알거 같단 말이야! 음음 아! 파스 냄새잖아! 트랑아 어디 아파?"
"아프지 않으니까 그만 떨어져"
"파스를 붙였는데 왜 아픈데가 없다는 거야!"

 

 

그렇게 둘이 옥신각신 하고 있을때 갑자기 목소리 하나가 불쑥 끼어들었다.

 


"야야 원숭이 아서라. 파스냄새라니. 트라팔가 녀석이 땀난다고 질색하는 운동을 했겠냐 아님 쌈박질을 했겠냐? 고작해야 침대에서 굴러 떨어졌나보지."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로우는 매서운 눈초리를 보냈다. 하지만 킬킬거리며 들어온 키드는 로우의 눈빛을 가볍게 넘기며 자신의 책상 위에 가방을 놓았다. 야 원숭이 먹을거 있냐? 배고픈데 매점갈래? 라는 키드의 물음에 배고파! 매점가자 라면서 방방 뛰며 신나하는 루피를 보면서 로우는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자신과 달리 아침도 꼬박꼬박 챙겨먹는 녀석들이 아직 1교시도 시작하지 않았는데 학교에 오자마자 매점타령이라니. 진짜 왜 저런 녀석들만 내곁에서 시끄럽게 떠드는걸까란 생각을 하며 로우는 다시 책상으로 머릴르 대었다. 옆에서 떠드는 두 녀석의 시끄러운 목소리에 머리까지 아파오려고 했다. 같이 매점 가자며 팔을 끄는 루피를 떨쳐낸 로우는 그 녀석이 갈리 없잖냐 빨리 가자!라고 소리치는 키드를 노려봤다. 분명 아까의 대사로 봤을때 저 녀석은 몇일전의 내기를 잊은게 분명했다. 내기 상대가 기억도 못하는데 혼자 매달려있단 사실이 넘 분해서 로우는 인상을 찌푸렸다. 로우 기준에 모든 일의 원흉인 키드를 향해 쏟아지던 분노는 결국 몇일전 그 내기를 덥썩 받아들인 일주일전의 자신에게까지 향했다.

 

 

 

방금까지 침 흘리며 자던게 누구였냐는 듯이 체육시간이 되자 물만난 고기처럼 뛰어다니는 루피와 키드를 로우는 나무 그늘에 앉아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것도 안하고 그늘에 앉아만 있는데도 땀이 뚝뚝 흐르는 더운 날씨에 지치지도 않는지 운동장을 종횡무진하며 뛰노는 녀석들의 모습에 로우는 혀를 찼다. 이런 날씨에 저렇게 뛰어 다니고 싶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키드와 이야기를 나누는거 같던 루피가 로우와 눈이 마주치자 활짝 웃더니 뛰어왔다. 햇빛에 반짝이는 땀을 닦아내며 특유의 밝은 미소를 지은 루피는 앉아있던 로우에게 손을 내밀었다.

 


“트랑아 같이 농구하자! 3 on 3으로 키드랑 나랑 같은편해서 농구시합하기로 했는데 한명이 부족해!”
“싫다. 딴데가서 알아보도록”
“왜 농구 재밌어 트랑아!”
“난 재미없고 관심도 없다.”


 

완고하게 고개를 돌리는 로우를 보며 루피 역시 완고하게 내민 손을 거두지 않고 로우를 잡아 일으키는 중에 달려온 키드가 루피의 손을 잡아 저지 했다.

 


"키드 잘 왔어! 트랑이가 계속 안한다잖아!"
“야 루피 넌 사람 말 좀 끝까지 들어라! 내가 딴 녀석한테 물어본다고 했잖아.”
“왜? 난 트랑이랑 너랑 같은 편으로 농구하고 싶은데?” 
“이미 하겠단 녀석도 구했어. 싫다는 사람 억지로 붙잡지 말고. 트라팔가가 뛰어다니는거 본적 있냐 너? 곧 시작하겠다! 빨리....”
“난 그래도 트랑이랑 할래!”

 

 

남일 보듯 둘의 대화를 바라보던 로우도 점차 키드의 말들에 점점 화가 나기 시작했다. 물론 진단서까지 위조해가며 체육시간에 참여하지 않고 그늘에서 쉬고 있긴 하지만 그건 운동을 못해서가 아니라 땀 흘리며 뛰어다니는걸 싫어하기 때문이었다. 농구에 관심이 없어 해본적은 없지만 맘만 먹는다면 타고난 유연성과 순발력 때문에 금방 저 둘보다 잘하게 될거란 자신감도 로우에겐 있었다.
 

 

“왜 내가 농구를 못할거라고 장담하는거지 유스타스야.”
“그럼 네가 농구를 잘한다고? 진단서까지 위조해서 체육시간에 가만히 앉아 구경만 하는거 운동 못해서 그런거 아니었어?”
"난 운동을 싫어할뿐 못하는건 아니다. 맘만 먹는다면 언제든 너 정도는 추월할수 있다."
"언제든 날 추월한다고? 하하하 너 이 유스타스 키드님이 하는걸 제대로 못봤나 본데. 이 만능스포츠맨인 키드님이 제일 잘하는게 뭔지 알아? 바로 농구라고! 네가 나보다 잘하게 되면 내가 손에 장을 지진다 장을!"
“그럼 장 지질 준비를 하면 되겠군”

 


자리에서 일어나 체육복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어낸 로우는 키드를 향해 도발적인 미소를 보였다. 루피는 로우가 같이 농구를 하려는 의지를 보이자 신나서 로우의 손을 이끌었다. 키드는 예상치 못한 전개에 떨떠름한 얼굴을 하다가 그 사이 멀어진 둘을 향해 달려가 정말 할거야 트라팔가?라며 몇번이고 되물을 뿐이었다.

 


“난 너처럼 경솔하지 않다 유스타스야. 이쁘게 지져 줄테니 인두나 준비하도록”
“쳇 너 뭔 자신감인지 모르겠다만 그렇게 나온다니 껴줄게. 대신 방해는 하지마! 이거 아이스크림 내기라고!”

 


옆에서 왁왁거리는 키드를 시끄럽다는 듯 손을 휘저어 물린 로우는 루피와 포지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안지 얼마 않되었기 때문에 키드는 정말 자신이 모르는 저력이 있는건가 라는 생각을 하면서 둘의 회의에 참여했다.

 


아이스크림 내기배 3 on 3 농구시합은 키드로우루피 삼인방의 승리로 끝이 났다. 하지만 승리에도 불구하고 로우의 표정은 어두웠다. 그런 로우에게 다가온 루피가 트랑아 아까 발이 엉켜서 넘어질뻔 했을때 정말 재밌었어라고 말하며 로우의 등을 팡팡 치며 웃었고 옆에서 키드도 킬킬 거리면서 찍어서 남겨놓지 못한게 아쉽다고 비죽거렸다. 눈치없는 루피와 알면서 저러는 키드 사이에서 로우의 안색은 더 어두워질 뿐이었다.

 

 

“트라팔가 내 덕에 아이스크림 먹게 되었으니까 고마워하라고.”
“.......”
“진짜 아까 인두나 준비해라 난 너처럼 경솔하지 않다 유스타스야 할때는 완전 쫄았잖냐”

 


이젠 로우의 목소리와 표정까지 흉내내기까지 하며 본격적으로 놀리려는 키드에 로우가 짓씹듯 말을 내뱉었다.

 


“......오늘 내가 어리석었단건 인정하겠다. 하지만 처음이라 그랬을뿐 너처럼 밥만 먹고 항상 뛰어다닌다면 금방 너 정도는 이길수 있다”
“어이구 그러셔요? 그럼 연습해보시던가. 네가 나한테서 5점 이상 뺏을수 있게되면 내가 널 형님으로 모신다”
"자신감이 넘치는군 유스타스야"
“크하하 야 천하의 트라팔가가 드리블도 못해서 반칙하고 멍때리는 표정을 봤는데 자신감이 안 넘칠 사람이 어디있냐? 넌 암만 노력해도 농구로는 나한테 안돼. 이 키드님의 그림 같은 드리블과 정확한 슛을 못봤냐? 방금도 네가 삽질 하는거 나랑 루피가 얼마나 힘들게 메꾸는지 봤을거 아냐. 가만 있는게 더 도와주는 상태였다고"
"그래 트랑아 넘 우울해하지마! 난 재밌었으니까 시시시싯"

"이거 치워라 둘다! 난 아이스크림에는 관심없으니 네 녀석들이나 실컷 먹도록. 그리고 유스타스야 넌 분명 널 이기면 형님으로 모신다는 말을 기억해야 할거야."

 


으아 트라팔가님 화나셨나보다 무섭다하고 웃으며 어깨에 둘려지느려는 키드의 손을 쳐낸 로우는 무서운 인상을 한채 루피가 잡는것도 뿌리치고 저벅저벅 앞으로 걸어갔다.

 


"너무 심하게 놀렸나."
"응 키드 네가 넘 심하게 놀려서 트랑이가 화났잖아."

"그렇게 따지면 네 녀석이 더 심하지! 재밌었단게 위로가 된다고 생각하냐?"

"재밌으면 좋은거잖아! 근데 트랑이 저렇게 화난거 처음 보는거 같다."

"쳇 좀 화나면 어때 평소에 나보고 튤립이라고 바보라고 얼마나 비웃는데. 저 정도는 약과라고. 야 루피 아이스크림이나 먹으러 가자"

 


그날 루피가 트랑이 몫도 사왔다며 내미는 아이스크림도 거절한 로우는 수업종이 치자마자 루피와 키드가 말걸 기회도 없이 종례전에 이미 챙겨놓은 가방을 들고 학교를 나섰다. 집에 오자마자 가방을 내려놓고 근처에서 농구공을 산 로우는 같은 동네에 사는 키드와 루피를 피하기 위해서 옆 동네 농구코트까지 찾아갔다. 타고난 순발력과 운동신경에도 불구하고 익숙하지 않은 공을 다루는건 어려웠다. 드리블부터 슛까지 쉬운것이 하나도 없었지만 로우는 자신을 비웃던 둘의 모습을 떠올리며 이를 악물고 연습에 임했다. 그렇게 시작된 며칠간의 연습에 결국 로우는 꽤 능숙하게 공을 다루는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혼자 연습하는데에는 확실히 한계가 있었다. 로우도 키드의 실력이 월등하단 사실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승부의 가장 핵심인 3점슛은 며칠간의 연습으로 골을 매우기에는 무리한 감이 있었다. 유스타스가 골대 아래에서 가장 강하고 몸싸움으로는 승산이 없다는 점을 고려할때 로우가 이기기 위해 주력해야 하는것은 아무리 분석해봐도 3점슛이었다. 거기에 엎친데 덮친격으로 닥쳐온 극심한 근육통에 로우의 고민은 깊어져만 갔다. 그날도 학교 끝나자마자 농구공을 챙겨 이동한 로우는 가볍게 공을 튕기며 혼자 연습을 거듭했다. 몸을 움직일때마다 흐르는 땀을 닦아내며 로우는 오늘따라 더 안들어가는 공에 신경질 적으로 골대를 노려봤다. 이게 다 그놈때문이다. 내기도 기억못하고 한번 이긴걸로 완전 기세등등해진 그놈만 아니었어도 오늘이면 깨끗한 골이 가능했어야 했다. 얼마나 그러고 있었을까 로우는 제대로 방심했던건지 갑자기 느껴지는 충격에 윽 소리를 내며 허리를 굽혔다. 이 익숙한 데자뷰는 설마...등에 흐르던 땀이 차갑게 식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돌린 로우의 눈에는 저녁이라도 알수 있을정도로 해맑게 웃고있는 루피의얼굴이 가득 담겼다. 만나지 않기위해 옆 동네까지 오는 수고를 했는데도 만난 상황에 놀란 로우에게 시시싯거리며 웃은 루피는 샹크스네 놀러갔다가 오는 길이라며 만나게된 경유를 알려주었다. 루피를 이뻐하는 삼촌이 이 동네에 산다는 이야기를 들었던게 불현듯 생각났지만 자신 답지 않은 실수를 후회하기에는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그런 로우의 멘붕과 상관없이 트랑이 혼자서 농구 했어라고 묻는 루피는 해맑기만 했다.

 

 

“트랑아 농구는 혼자 하면 재미 없어 이제 같이 하자!”
“아니 그럴 필요없다. 지금 집에 가려는 중이었다”
“에이 그러지 말구 나랑 같이 하자! 아침의 파스 냄새도 그동안 혼자 농구연습해서 그런거 아니야? 시시시싯"

 

 

예리한 루피의 말에 로우는 입을 꾹 다물었다. 루피는 가끔 예상치 못한데서 핵심을 찌르는 녀석이었다. 더이상 숨길것도 없어진 로우는 붉어지려는 얼굴을 손을 들어 가렸다. 그런 로우를 보며 시시싯하는 특유의 켱쾌한 웃음소리를 낸 루피는 로우의 손을 잡고 농구대 쪽으로 이끌었다.

 


“트랑이는 부끄럼쟁이였지. 혼자하면 안돼. 농구는 같이 해야 재밌는거라고!”


 

3점슛거리까지 이동한 루피는 농구공을 마닥에 몇 번 튀기다가 자세를 잡고는 골대를 바라보며 조용하게 숨을 멈추었다. 살짝 무릎을 굽혔다 뛰어오르며 던져진 농구공은 루피의 손을 떠나 이쁜 포물선을 그리며 날라가 깔끔하게 골대에 들어갔다. 그 모습을 조용하게 지켜보던 로우는 루피의 오랜만에 보는 진지한 표정에 묘한 느낌이 들어 고개를 돌렸다.


 

“트랑아 나 잘하지? 내가 키드 이길수 있게 도와줄게!”
“누가 그녀석을 이기겠다고 농구 연습을 한단거지”
“전에 키드랑했던 내기 때문에 연습하는거 아니였어?”
“.......네가 그걸 기억한다고?”
“시시싯 난 친구들에 관한건 다 기억하는걸! 그 날 트랑이 정말 화나 보여서 좀 걸리기도 했고....그래도 지금보니까 화난것만은 아닌거 같아서 안심이다"

"누가 화가 났다는건지 모르겠군. 그 튤립 머리 녀석이 무슨말을 하든 난 신경쓰지 않는다."

“시시시싯 알겠어! 키드는 체격은 크지만 민첩하고 슛도 정확하게 넣어. 드리블도 능숙하고 트랑이가 키드한테서 5점을 따려면 시작부터 공을 뺏어서 3점 슛을 넣고 한번 더 어떻게든 찬스를 얻어서 살리는 방법 밖에 없어. 키드는 몸싸움도 강해서 한번 공을 잡으면 놓치지 않을테지만 그래도 트랑이는 빠르니까 그걸 이용하면....”
“여기까지 조언 고맙다. 하지만 더 이상의 참견은 사양하지.”
“알겠어.....트랑이가 계속 그렇게 말한다면 나 그만 갈게. 대신 나한테서 공을 뺏을 수 있다면!”

 

 

잽싸게 움직여서 골대에 들어간 뒤 바닥을 구르고 있던 농구공을 낚아챈 루피는 로우 앞에서 드리블을 하며 웃었다. 그 모습을 보며 그냥 저 공을 포기하고 가버릴까 잠시 고민했지만 루피의 충고는 다 맞았다. 그날 높게 점프해 덩크슛을 하는 키드의 모습은 붉은 머리가 아니더라도 한번에 눈을 사로잡을 잘했고 멋졌으니까. 그리고 자신의 앞에서 웃고 있는 루피도 키드와 방식은 다르지만 빠르게 자신의 위치를 선점하고 평소의 덤벙대는 모습은 상상할 수도 없이 깔끔한 슛을 날리는게 멋있었다. 로우가 루피 앞에서 자세를 잡자 루피의 웃음도 더 밝아졌다.



결국 로우가 좀 쉬자는 말을 한 후에야 둘은 몇시간만에 앉아서 쉬는 시간을 가졌다. 로우가 물을 마시고 건네자 루피도 목이 발랐는지 벌컥벌컥 단숨에 물을 들이켰다. 어느새 하늘은 붉게 물들어 있었고 바람도 둘의 몸을 말려주듯 선선한하게 바껴있었다.



"트랑이랑 농구하는거 재밌다! 트랑이도 재밌었지?"

"재미라...난 연습을 한거 뿐이다"

"시시싯 그래? 난 트랑이도 즐기는거 같았는데 눈이 반짝거렸는걸"

"...........밀짚모자야 너는 그런 이야기를 정말 태연하게 말하는군"

"시시시싯 근데 트랑아 너 왜 이렇게 열심히 해?너 원래 키드가 뭘하든 내가 뭘하든 신경도 안쓰잖아"



정말 궁금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쳐다보는 루피를 보며 로우도 생각에 잠겼다. 글쎄 왜 일까. 그날 자존심이 상처입은것도 맞고 으스대는 키드에게 형님 소리를 들으며 높게 솟은 그 콧대를 납작하게 해주고 싶었던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루피의 말대로 평소의 자신이라면 그런 둘을 무시했지 이렇게 열의를 보이지 않았다. 따지고 보면 키드뿐만아니라 지금 자신을 도와주고 있는 루피에게도 이런 모습이 아닌 잘하는 모습을 보란듯이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고작 둘에게 이젠 농구를 잘한다고 자랑하려 했단건가? 고민을 거듭해봐도 자신의 행동의 이유가 되기에는 부족했다. 결국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 로우를 지켜보던 루피는 하늘을 보며 벌러덩 드러누웠다. 석양에 물든 구름이 느리게 흘러가는 모습은 꽤 보기 좋았다. 그리고 로우와 함께 농구를 하고 즐기는 지금의 여유로운 시간이 루피는 정말 즐거워서 시시싯거리는 특유의 웃음소리를 내었다. 



“트랑아 내일도 연습할거지? 나도 같이 할래!”
“더 연습은 안할거다. 여기에도 안 올거니까 괜히 헛걸음 하지 말아라”
“왜? 난 오늘 정말 재밌었는데! 내일도 여기서 같이 농구하자 트랑아”

"하아 넌 도대체 언제쯤이면 사람말을 들을거냐"



결국 끈질긴 루피에 두손 두발 다든 로우가 네 마음대로 하라는 말을 뱉어낸 루피는 마지막에 어쩔수 없단듯이 자신을 바라보며 웃은 로우의 미소에 왠지 심장에 빨리 뛴거 같다는 생각을 했지만 바로 잊어버렸다. 






로우는 여전히 종례가 끝나자마자 가방을 싸서 집으로 갔다. 바뀐게 있다면 방과후 농구공을 챙겨서 옆 동네 공원의 농구 골대로 가는 일상에 루피도 함께란 점이었다. 루피가 자신의 동네에서 농구 연습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샹크스가 종종 둘의 연습 응원차 루피의 먹성에 맞게 엄청 많은 양의 갖가지 군것질거리를 사오기도 했다. 둘이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로우와 루피 사이에 미묘한 변화가 생겼지만 이를 눈치챈 이는 정작 당사지인 둘이 아니였다. 루피가 로우에게 매달려 귀찮을 정돌 말을 거는 일상은 평소와 같았지만 그 다음이 달랐다. 평소에는 귀찮다는듯이 그런 루피를 떼어내던 로우가 그런 루피에게 여전히 귀찮단 표정을 해보이면서도 정작 떼어내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런 변화를 보며 왠지모를 짜증이 계속 치솟고 있는건 키드였다. 항상 학교에 남아 축구든 농구든 운동장을 종횡무진하던 루피가 얼마전부터 트라팔가 녀석이랑 같이 사라지는데 그 변화의 이유가 있는것 같았다. 하지만 자존심상 나 빼고 둘이서 무슨 짓을 하는거냐고 물어보지 못한채 키드는 불만스런 표정을 둘에게 계속 지어보였지만 그런거에 반응할 녀석들이 아니었다. 어차피 루피랑 로우랑 가장 많이 어울려다니기는 하지만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거 뿐이지 그 둘말고도 친구가 많은 키드로서는 둘이 자신을 빼고 친해진다 해도 아쉬울건 없다 생각했다. 하지만 저 둘을 볼때마다 속에서 울컥하고 치솟는 화는 억눌러지지 않았다. 특히 로우의 미묘한 태도 변화는 사라지지 않고 계속 키드의 신경 한쪽을 긁고 있었다. 저 녀석때문에 화가난단게 어이없었지만 그래도 화가나는것 또한 피할수 없는 사실이었다. 



“트라팔가 영어숙제 좀 보여줘”
“그렇게 간단한것도 안해오면 뭐하러 학교에 오는거지”
“트라팔가 네 녀석 기준에나 간단한거지. 그리고 원래 숙제는 학교에서 하는거라고”
“괘변이군. 적어도 부탁할거면 부탁하는 공손한 말투를 쓰지 그래.”
“야 우리 사이에 치사하게 이러기 있냐?”
“그럼 그냥 숙제를 포기하던가. 학주가 숙제 안해온 녀석들 때린다며 엄청 굵은 목검을 들고 즐거워하고 있더군....”
“트라팔가 로우님 부디 그 과제 노트를 제게 보여주시십시오!”
“이번만이다. 유스타스야”



노트를 받아든 키드는 고개를 돌려 옆을 쳐다봤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이해 못한듯 갸웃거리는 루피에 키드는 쯧쯧거리며 혀를 찾다. 네 녀석 학주한테 맞기 싫으면 내가 보여줄테니 숙제를 하라는 설명에도 별 생각 없어 보이는 루피를 강제로 끌어 자신의 옆에 앉힌 키드는 로우의 노트를 가운데에 펼치고 팬을 손에 들었다. 키드가 하는걸 쳐다보다가 자신처럼 손을 움직이기 시작하는 루피를 보며 키드는 속으로 엄청난 갈등과 망설임을 보인후에야 조용히 말을 꺼냈다.



"야 원숭이 너 요즘 트라팔가랑 둘이서 뭐 하냐?"
"에 아무것도....."



라고 말하면서 눈을 피하는 루피의 입이 옆으로 돌아간걸 보며 키드는 눈을 가늘게 떳다. 루피는 정말 거짓말을 못했었다.



"둘이서 뭘 하길래 나한테는 아무말도 안하는건데?"
"흠 키드한테는 비밀이니까"
"야! 나한테만 비밀이라니 이렇게 치사하게 그럴수 있냐! 트라팔가 녀석은 그렇다 쳐도 너까지!"
"그래도 아직은 비밀이야. 약속했는걸"
"아직?뭐 나중에 말할거란거냐 어차피 말할거면 지금 그냥 말하라고!"
"곧 알게 될거야! 난 다했다!"



어느새 다 쓴건지 제대로 쓰긴한건지 노트를 들고 잽싸게 일어나는 루피를 키든는 잡지 못했다. 그리고 마침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던건지 로우와 눈이 마주치자 키드는 매섭게 노려봤다. 가만히 그런 키드를 무덤덤하게 바라보던 로우가 결국 고개를 돌려버리자 키드는 뚝하고 인내심이 끊어지는것을 느끼며 성큼성큼 다가가 로우의 책상을 쎄게내리쳤다.



"야 요즘 너희 둘이서 뭔 짓거릴 하길래 나한테만 비밀이라는거냐?"
"별거 아니다 네가 신경 쓸 필요 없다"
"야! 진짜 뭐하자는건데!"
"너에게 정말 별거 아닐테니 말하지 않는거다"
"하 그럼 말해. 별거 아니니까 숨길거 없이 말하면 되잖아 왜 말을 안하는건데 어? 기어코 내가 빡치는게 보고싶냐?"
"하...네가 왜 나에게 이렇게 화를 내는지 모르겠군. 내가 파스냄새가 나던 관심도 없고 아무런 추측도 못할정도로 잊어버린 너에게 무슨 말을하란거지? 너에게 진짜 별거 아닌 이야기를 내가 왜 해야하는건지 모르겠군"
"파스? 내가 잊어버렸다니....뭘 잊어버렸단거냐? 그게 무슨 소리야!"
"됐다 너랑 더이상 할 이야기는 없으니까. 그리고 담부터 빌려준 노트는 훼손하지 말고 가져다 주면 좋겠군"



로우는 키드 손에 구겨진 노트를 뺏어들고 탁탁 털었다. 그 모습에 기분이 나빠져 더 화를 내려던 키드는 수업종과 함께 들어온 학주에 꾹 화를 참고 자리로 가 앉았다. 파스? 잊어? 도대체 무슨소리인지 키드는 알수 없었다. 하지만 마지막 말을 할때 로우는 정말 화난것처럼 보였다. 로우는 예민하고 까탈스러운 면이 있긴하지만 왠만한 일로는 화를 안낼 정도로 무심한 성격인데 그런 녀석이 진짜 화가 나다니....아니 애초에 그게 화난 표정이었나? 뭔가 서운하고 아쉬운거 같은....내가 뭘 놓친걸까란 생각에 키드는 안 굴러가는 머리를 부여잡고 끙끙거렸지만 결국 어떤 결론도 내릴수 없었다. 쉬는 시간마다 잽싸게 사라져 물어볼 기회도 차단하는 로우게 결국 키드는 아무말도 못한채 하교시간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오늘도 끝나자마자 같이 나가는 루피와 로우를 보며 키드는 궁금증을 밀치고 다시 솟는 화에 가방을 거칠게 어깨에 맨채 둘을 따라붙었다. 둘이 타는 버스를 보며 고민하다가 택시를 잡아탄 키드는 그 둘이 버스에서 내려서 들어가는 곳을 보며 당황했다. 옆 동네까지 와서 고작 가는곳이 공원이라니? 궁금증을 지닌채 둘을 미행한 키드는 둘이 멈춰선곳을 보며 한번더 이해가 안가 미간을 찌푸렸다. 찌푸린 미간에 가늘어진 키드의 눈에 농구 골대 앞에 멈춰서더니 루피가 가방에서 농구공을 꺼내고 같이 농구를 하는 둘의 모습이 비쳤다. 그 모습에 키드는 허탈감을 감출수 없었다. 뭔가 큰 비밀이라도 있는줄 알았는데 고작 옆동네에서 농구하는거라니 왜 이딴게 자신한테 비밀이지라고 생각하며 바라보던 키드는 루피를 상대로 꽤 하는 로우를 보며 호오하고 작은 감탄을 터트렸다. 얼마전 농구시합때 로우의 행동을 떠올리자니 엄청난 장족의 발전이었다. 원래 잘 안움직여서 그럴뿐 체형이라거나 잘 짜여진 근육등이 민첩하게 몸을 잘 쓸 타입이란 생각은 했지만 농구하는 모습을 보니 하루 이틀 그냥 놀았단걸로 늘어날만큼의 실력은 아니었다. 왠일로 저녀석이 저렇게 열심히  농구를 했데. 체육시간에도 항상 그늘에 앉아서 한심하게 쳐다보던 녀석이 왜 루피랑 하면서 혼자 속으로 투덜거리던 키드는 갑자기 떠오른 생각에 고개를 번쩍 들었다. 설마? 아니 그럴리가....혼란스러움에 당황하던 키드에게 목소리가 들려왔다.



“5점이었다. 농구시합에서 너한테서 내가 5점을 뺏으면 내가 내기에서 이기는 거였지”
“트라팔가....”



평소의 무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로우를 보며 키드는 말끝을 흐렸다. 그 설마가 맞다는것을 바로 본인이 직접 증명해주었다. 거기에....



"내가 미행하는거 알고 있었냐?"

"그 덩치로 그렇게 티나게 따라와 놓고서는 모르길 바랬다니 역시 멍청하군 유스타스야"

"야 멍청하다니! 내가 나랑 어울리지도 않는 미행같은걸 한게 누구 때문인데!"

"그럼 내가 지금 농구 연습을 비밀리에 한건 누구때문일거 같나"

"야 그건......."

"됐다. 기억을 못하는건 네 녀석 머리를 생각했을때 당연한 범주였는데 그걸 깜박한 내 잘못이 크니까"

"야 무슨 말을!"

"밀짚모자야. 심판을 부탁하지. 룰은 아까 말했지? 1대1로 해서 내가 정해진 시간안에 네가 몇점을 따든 내가 5점을 너에게서 따내면 나의 승리다. 그리고 내가 내기에서 이기면 날 형님이라 부른다고 한것도 잊지 않았겠지?"

"내가...내가 그런 헛소리를 했다고?"

"이제야 기억해낸 네 기억력을 믿지 말아라. 너와 달리 난 똑똑하니까. 그래서 할건가 말건가?"



손에 들고있던 공을 바닥에 몇번 튕긴 로우는 다시 키드를 바라보았다. 무심한 얼굴을 했지만 그 눈에 꽤나 전투적인 빛이 도사린걸 느낀 키드는 씩 웃음을 지었다. 아아 그래 트라팔가 재밌네.

 


"야 이거 내기 나만 너무 불리한거 아니냐? 넌 이기면 내가 형님으로 불러준다지만 난 널 이겨도 아무것도 얻는게 없잖냐." 

"여태 내기가 있었는지도 잊고 있던 녀석이 할말은 아닌거 같은데"

"그렇게 비싸게 굴지 말라고? 그래 그럼 내가 이기면 내 소원하나만 들어줘라"

"소원이라.....형님에 비해 넘 무거운데"

"야야 이 유스타스 키드님이 형님으로 불러준다는게 얼마나 영광인데! 그럼 너도 그냥 소원으로 바꾸던가"

"그래 그게 좋겠군 너같은 덩치에게 형님 소리 들어봐야 징그러움에 닭살만 돋을 뿐이니"



루피가 둘 사이로 들어와 씩 웃고 준비된거야?라고 묻자 둘다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고 루피가 공을 높게 던져올렸다.  

시합 결과는 26 : 5 였다. 실력의 차이를 증명하듯 큰 점수차이가 났지만 내기의 승자는 로우였다. 지쳐서 바닥에 털푸덕 앉은 키드는 급하게 숨을 몰아쉬면서 옆을 바라봤다. 마찬가지로 비오듯 땀을 흘리며 로우가 물을 마시고 있었다. 빤히 바라보는 키드의 시선을 느낀 로우는 자신이 마시던 물통을 던져주었다. 힘도 다 빠졌는데도 멋지게 낙아챈 키드도 단숨에 물을 들이마신후 비어버린 페트병을 찌그러트려 던지고는 벌러덩 누워버렸다. 오랜만에 진짜 열심히 악착같이 뛰었다. 그거도 트라팔가랑. 아직도 믿겨지지 않아서 키드는 눈만 굴려 옆을 바라봤다, 결국 더 서 있기 힘들었는지 앉아버린 로우를 보며 키드는 이 녀석이랑 이렇게 땀 흘리며 운동한건 처음이란 생각을 했다. 부딪히는 승부욕과 서로 주고받는 눈빛 그 모든 순간 순간이 엄청 짧았음에도 불구하고 뇌리에 강렬할 정도로 모든 집중을 쏟아서 이녀석과 승부를 했다. 아니 승부이긴 했지만 진심으로 트라팔가도 자신과의 농구시합을 즐긴단것을 느꼈다. 알수 있었다 왜냐면 자신도 같은 감정을 느꼈으니까. 


 

“야 트라팔가! 이겼으니까 소원이나 말해봐 내기는 내기니까 들어주지.”
“소원이라...."



고민을 하는지 오랫동안 침묵을 지키던 로우는 아무말 없이 벌떡 일어났다. 옆에 앉아서 둘의 교환을 지켜보던 루피도 로우를 따라 일어섰다. 갑자기 일어난 로우에 상체를 일으킨 키드가 말은 끝까지..라면서 다급하게 말하려 할때 동시에 로우의 입도 열렸다.



".....트라팔가 내가 뭘 잘못들은거 같은데"

"이런말 하나도 제대로 못 듣나? 일주일간 넌 내 노예라고 했다.”
“뭐 노예? 야 미쳤냐 그게 말이나 된다 생각해?”
“싫으면 이겼어야지. 아님 처음부터 그런건 안된다고 조건을 걸든가. 소원으로 바꾸라고 한건 너다 유스타스여"


벙찐 키드를 외면하고 엉덩이에 붙은 먼지를 탈탈 털고 가방을 메는 로우에 루피도 가방을 맨체 시시싯하며 웃었다.



“트랑아 나 배고파! 밥 먹으러 가자!!”
“그래 돈은 내 노예가 다 지불한다고 하더군”
“우와 키드가 쏘는거야? 나 진짜 진짜 배고팠는데 다행이다! 시시시싯 잘 먹을게 키드"
"어이 누가 쏜다는 거야! 그리고 이건 무효라고"

"늦게 오면 떼놓고 갈거다 빨리 와라 노예녀석"

"이이익 야! 너희들 진짜 이러기냐! 날 따돌리는 방식을 바꾼다 이거지!"



무엇을 먹을지 신나게 떠드는 루피에게 고개를 끄덕여주는 로우를 보며 키드가 왁왁거리고 소리치며 화를 내었지만 둘은 그런 키드를 무시하고 계속 걸어나갔다. 그러다 아 하는 소리를 내며 멈춰선 로우가 고개를 뒤로 돌렸다.



“유스타스야 고맙다. 네 덕분에 몰랐던 사실을 알게된거 같군”



키드는 로우가 고개를 돌리고 루피가 키드 빨리 와라고 소리를 지를때까지도 멍하게 그자리에 멈춰서 있었다, 저렇게 트라팔가 녀석이 밝게 웃은적이 있었나? 멍하니 있던 키드는 고개를 좌우로 저어도 지워지지 않는 잔상처럼 남은 표정을 떠올리며 둘이 사라진 방향으로 가방을 매고 힘껏 뛰어갔다. 









클라딕스님....ㅠㅠㅠㅠ

진짜 제가.....ㅠㅠㅠㅠ리퀘하신것도 잊으실때쯤 올거 같다고 말씀드렸지만 

진짜...진짜 그렇게 와서 면목이 없습니다ㅠㅠㅠㅠㅠㅠ구상한지는 꽤 되었는데 시간이 없어 못쓰다가 다시 잡았을때는 슬럼프...라 말해도 될지 모르겠지만(슬럼프라 하기엔 항상 잘 써진 적은 없으니....큽

암튼 글이 넘 안써져서 쓰다가 한숨쉬고 쓰다가 한숨쉬고 애들 캐붕에 수정하고 수정하고 그러다 보니 한달이 더 넘었네요ㅠㅠㅠㅠ질적으로 넘 아니다 싶어서 양을 늘렸습니다.....ㅠㅠㅠ사실 이 설정 못 쓰겠다 싶어서 학원물로 하나 더 썼는데....그게...그것도 안습이라ㅠㅠ일단 둘다 꾸역꾸역 수정해서 왔습니다!!!애들 캐붕에 많이 부족하고 학원물로 로총 바라셨는데 커플느낌이 넘 없는것도 죄송합니다ㅠㅠㅠ죄송한 마음 뿐이지만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ㅠㅠㅠㅠ

요즘 바쁘셔서 보기 힘든데 노력하시는 만큼 올해 꼭 좋은 결과 있으실거라 생각합니다!!클라딕스님 화이팅^ㅁ^








 

posted by 요굴 2014. 6. 28. 15:25

학교 옥상이란 말을 들으면 대부분 담배 연기가 자욱한 양아치들의 본거지를 떠올리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 학교는 몇년사이에 잠금장치까지 교체해가며 철저하게 학생을 비롯한 외부 출입을 차단하고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학교내 다른 장소보다 쾌적한 상태가 유지되고 있었다. 하지만 외부의 출입이 전면 금지되어있어야 할 옥상에 자유롭게 출입하는 이가 있었는데 전국모의고사 1등의 수재인 트라팔가 로우였다. 학교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던 로우는 입학이래 자신의 성적이란 무기를 이용해 꾸준히 옥상 열쇠를 학교측에 요구했다. 하지만 일어날지 모르는 만약의 사태와 여태 지켜온 철칙 때문에 허가는 절대 내릴수 없다는 학교에 로우는 일부러 성적을 떨어트리고 모르쇠로 일관하는 반항까지 했다. 결국 타협안으로 내려온게 학생회장 출마였다. 로우가 학생회장이 되면 학교 옥상에 대한 관리 권한을 주겠다는 거였다. 결국 마음에도 없던 학생회장 자리에까지 출마한 로우는 무난하게 학생회장으로 당선되어 학교 옥상 열쇠를 차지할수 있었다. 철문이 내는 끼익 거리는 소음도 녹슨 새의 냄새도 문을 열자 온 몸으로 부딪혀오는 찬 바람도 즐기면서 로우는 자신이 이 옥상에 자유롭게 출입하기 까지 해온 노력들을 떠올렸다. 이 옥상 하나 때문에 학생회장 자리에까지 앉아 현재도 산처럼 쌓인 일을 해내야 한단걸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거려왔지만 그래도 그만한 노력을 기울일 의미가 이곳에는 있었다. 항상 그가 자신에게 즐겁게 이야기하던 학창시절의 일은 대부분 이곳에서 있었으니까. 이곳에서 보이는 마을 옆 바다의 모습도 가깝게 느껴지는 하늘도 모두 다 그의 이야기에 나오는 풍경이었다. 이곳에서 장난치며 떠드는 그의 개구진 어릴때 모습을 떠올리자 로우는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좋았던 기분도 옥상 구석 너머에서 피어오르는 흰연기에 금방 구겨져버렸다. 긴다리로 성큼성큼 걸어 코너를 돈 로우는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인물에 미간을 찌푸리며 힘주어 노려봤다. 로우의 눈이 향하는곳에 앉아있던 붉은 머리를 위로 세운채 입술에 여유롭게 담배 한개피를 물고있던 소년은 아까 철문이 열리는 소리에 로우의 존재를 이미 눈치채고 있었던건지 로우의 차가운 눈빛에도 익숙하다는듯 손을 가볍게 들어 하이라고 말하고는 아슬하게 매달려있는 담배의 끝의 재를 툭툭하고 털었다.


"이 시간에는 이곳에 출입하지 말라고 내가 분명 말했을텐데 유스타스야"
"아아 그랬나?그랬던거 같기도 한데 지금 담배가 말리는데 어떡하냐"
"너 같은 무식하고 예의도 없는 녀석이 약속을 지키리라고는 기대도 안했지만 내가 왔으니까 이만 꺼져라"
"야 내가 꺼지라면 순순히 네 알겠습니다하고 꺼지는 녀석이었냐 트라팔가?"
"아니 그런 녀석이 아니지 그래서......"

유스타스 쪽으로 성큼성큼 다가온 로우는 쭈그리고 앉아있던 키드의 머리를 위에서 꾹 눌러버렸다.

"야 머리 망가져! 이거 세우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줄 알아? 야 트라팔가!"
"그러니까 그 튤립 머리가 눌리는걸 넘어 뜯기기 전에 여기서 당장 꺼지도록"

꾹꾹 손에 힘을 주어 키드의 머리를 누르던 로우는 어디선가 들려오는 코고는 소리를 따라 시선을 위로 올렸다. 그리고 곧 키드가 기대고 있던 창고 위에 대자로 누워 코까지 골며 편게 자고 있는 밀짚모자를 옆에 둔 소년을 확인하고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네가 진정 나에게 맞고 싶은 모양이군. 저 녀석까지 끌고 오다니 말이야"
"그건 오해야! 내가 데려온게 아니라 저 녀석이 막무가내로...."
"사실 여부는 중요치 않다. 너랑 밀짚모자야 둘다 지금 여기 있단 사실이 중요하니까"
"야! 넌 왜 맨날 나한테만 그러냐! 저 원숭이가 들어온게 왜 내 탓이냐고!"

둘이서 아웅다웅 하는 소리가 시끄러웠는지 잘 자고 있다 일어난 밀짚모자 소년은 기지개를 피며 일어나서는 주위를 두리번 거리다가 소리가 들리는 아래를 보고는 밝게 웃으며 아래로 순식간에 뛰어내렸다.


"언제 왔어 트랑아? 시시시싯"
"밀짚모자야 다시는 오지 말라고 내가 말했을텐데"
"왜? 난 여기가 좋은데? 트랑이도 있고 튤립도 있고!"
"야 누가 튤립이란거야 이 원숭이 녀석이"
"튤립 그렇게 소리 안쳐도 다 들려"
"뭐? 지금 너 나한테 시비거는거냐?"

로우에서 루피로 방향을 바꾸어 왁왁 거리는 키드를 가볍게 귀를 파며 무시한 밀짚모자 소년 루피는 가만히 인상을 찌푸린채 저기압이란걸 알리듯 어두운 표정인것도 개의치 않고 로우에게 달려가 매달렸다.

"트랑아 나 배고파! 우리 매점가자! 오늘 새로운 메뉴가 들어온데 시시시싯"


자신의 평화롭고 그 사람을 떠올리는 안식의 장소가 언제부터 이런 소음과 이 천방지축들의 공간으로 변해버린건지 탄식하며 로우는 자신한테 매달린 루피를 억지로 떼어놓으려고 하면서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었다.

 

처음 유스타스 키드랑 엮인건 운이 나빳다고 밖에 할수가 없었다. 어쨋든 로우의 옥상출입은 비밀 사항이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들킨다면 옥상 열쇠를 반납하는게 조건이었다. 참 치사한 조건이라 생각은 했지만 로우는 거기에 딱히 반론은 하지 않았다. 누구에게도 안 들킬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이 학교에서 옥상에 관심을 둘 만한 날라리들은 학교 뒤뜰이란 최적의 장소를 찾아서 놀고 있었고 범생이들은 애초에 옥상에 얼씬도 하지 않았다. 사실 옥상에 이렇게 관심을 두는건 로우 한명이었다. 그랬는데 이 붉은 머리의 키드가 그걸 망친거다. 올해 전학온 키드는 그 험상궃은 눈빛과 덩치로 이미 많은 이들을 위협하고 있었기에 아무도 다가가지 않았다. 키드는 그리고 딱히 거기에 불만도 없었다. 이런 상황은 너무나도 익숙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담배를 필 장소는 필요했다. 여기 녀석들이 논다는 뒤뜰로 가도 되었지만 가면 분명 키드에 위협을 혼자 느낀 여기 세력과 다툼이 일어날 것이었다. 키드는 그냥 조용히 지내고 싶었기에 다른 장소를 물색중이었다. 그러다 알게된게 여기 옥상은 완벽하게 차단되어있단 거였다. 그럼 옥상을 공략하려 해봤지만 어설픈 자물쇠가 아니었기에 포기한 키드는 그래도 옥상앞 계단에 인적이 드물다는데 위안하면서 그 앞에서 담배를 피고 있었다. 그러다가 발작국 소리에 놀라서 숨었는데 그 발자국의 주인이 트라팔가 로우였다. 전학생이었지만 학생회장인 로우의 얼굴은 알았던 키드는 로우가 열고 들어가는데 의문을 품었고 결국 숨겨주는 대가로 열쇠를 받았다. 대신 로우가 오는 시간대에는 안오기로 했지만 그런게 지켜질리 없었고 서로는 서로를 무시하는척 신경쓰며 그런 나날을 보냈다. 그러다 그 사이에 끼어든것이 루피였다. 루피와의 만남은 더 어이없었다. 루피가 먹고 싶던 빵의 마지막을 사간게 키드였단 그 이유하나였다. 매점에서 빵을 사서 옥상으로 들어가려던 키드를 루피가 잡아서 그 빵을 양보해 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했고 키드는 어이없어하며 빵을 넘기지 않았다. 옥상 문이 열린채로 그렇게 싸우던 둘을 본것은 로우였다. 옥상 문이 열린단게 비밀이었는데 그 앞에서 그렇게 싸우는 둘의 모습에 로우는 진심 머리 끝까지 화가나서 루피에게 키드의 빵을 뺏어 넘기고 빵을 넘긴대신에 여기에 대해선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기로 하고 끝을 맺고 키드와 엄청 싸웠었다. 그렇게 키드의 사과로 끝이 날줄 알았지만 루피가 다음날 옥상문 앞에서 먹을걸 잔뜩들고 웃고 있을때 로우는 피가 마르는 느낌이었다. 형이 받았으면 보답을 하는거랬어라고 웃는 루피와 먹을거에 눈이 멀은 키드로 인해 결국 로우는 또 한명의 목격자를 용인할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기묘한 셋의 만남은 옥상이란 장소 하나를 두고 몇달간을 이어지고 있었다.

"트랑아 배고프다니까 맛있는거 먹으러 가자!"
"야 원숭이 자식아 너 나 무시하냐?"


지난날의 인연을 되짚어 보던 로우는 한숨을 내쉬고는 문을 향해 걸어갔다. 그게 매점으로 가려는 중이란것을 눈치챈 루피가 희희낙락하며 따라왔다. 결국 뒤에서 화를 내던 키드도 같이가 이 새끼들아 라고 외치며 따라왔다. 어쩌다 이리 되었는지는 아직도 의문이지만 그가 떠나기전에 남긴 말이 생각났다. 친구를 많이 사귀고 즐거운 학창생활을 보내라고 했었나? 이런게 친구라니 참 자신꼴도 한심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옆에서 투닥거리는 둘의 소리가 싫지만은 않다고 느끼는 로우였다.
 

 

 

2014. 5. 21.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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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요굴 2014. 5. 16. 11:42

사용하는 이가 적은걸 알리듯이 끼익 거리는 듣기 싫은 소리와 함께 철문이 열리자 조금 후덥지근하고 건조한 여름바람이 불어온다. 로우는 그 바람에 섞여 나는 담배의 향기에 작게 미소지었다. 찾았다. 담배냄새를 따라 모퉁이를 돌자 옆머리를 짧게 밀고 올백 흰머리를 단정하게 넘긴 그의 모습이 보인다. 담배를 입에 문채 고개만 돌려 누군지 확인한 그는 예상했다는 듯이 별 반응없이 무덤덤하게 고개를 돌린다. 그런 반응은 이미 익숙한듯 로우는 아무말 없이 그의 옆으로가 그가 바라보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운동장은 점심시간에도 넘치는 혈기를 주체못해 함성을 지르며 뛰어다니는 남자애들로 가득차있었고 그 위로 쾌창하고 맑은 하늘에 떠다니는 흰 구름이 보기좋은 어느때와 다름없는 평화로운 학교의 풍경이 보였다.

 


"옥상은 출입금지 구역일텐데"
"그건 너도 마찬가지 아닌가 스모커. 옥상 출입금지는 학생한테만 해당되는게 아닐텐데"

 


스모커라 불린 이는 담배를 입에 문채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선생님이라는 호칭도 없이 대담하게 반말로 말해놓고는 빙글빙글 웃고만 있는 맹랑한 녀석을 보면서 어쩌다 이런 녀석과 엮이게 된건가 생각하니 또 한숨이 입을 비집고 나오려했다. 한달 전 수학여행때 그 일이 있기 전까지 스모커는 로우의 반에서는 수업이 없었기에 딱히 마주치거나 대화를 할일이 없었다. 다만 학교의 선생들이 너도나도 로우학생 로우학생하면서 학교의 기대주라고 떠들었기에 모를수가 없는 단지 많은 학생중에 조금 머리 좋은 학생일뿐이었다. 그 날일로 자신에게 고마운 감정을 느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아무리 고맙다고 해도 왜 자신을 스토킹하듯이 따라다니는지는 알수 없었다. 금연구역인 학교에서 헤비스모커인 자신에게 유일하게 허락하는 잠깐의 옥상위 휴식시간 마저 앞으로 방해받게 생겼다는것을 깨닫자 점점 미간이 찌푸려졌다. 생각중이라 방심했던건지 갑자기 입이 허전해지는 느낌에 짐작가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 스모커는 자신의 짜증은 개의치 않는지 웃으며 스모커에게서 뺏은 담배를 손에 낀채  흔들고 있는 로우를 바라봤다.

 


"이봐 간접흡연은 직접흡연보다 더 해롭다고"
"그럼 네가 옥상에서 내려가면 되겠군."
"안 피우겠다는 말은 안하는군. 학생앞에서 담배를 피우다니 선생으로서의 자각이 없는건가?"

 


너야말로 학생이란 자각은 있는건가라고 반박하려 입을 열었던 스모커는 왜 자신이 이 애송이의 말에 일일이 휘둘려 대답해주고 있는건가 싶어 아무말 없이 입을 다물었다. 무시하고 새로운 담배를 꺼낼지 아님 저 손에 있는것을 뺏어야 할지 고민하는 스모커를 잠시 바라보던 로우는 얇은 입술로 호선을 그리더니 손에들고 있던 담배를 입으로 옮겨 물었다. 로우의 갑작스런 행동에 놀랐던 스모커는 금방 어이없단 표정을 지을수 밖에 없었다. 세련된 동작으로 담배를 베어 문것과 달리 한번 숨을 들이키자마자 거세게 기침을 하며 몸까지 앞으로 숙인 로우의 모습은 평소의 여유만만한 모습을 생각하면 귀엽기까지 했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담배를 뺏어 바닥에 버리고 발로 밝아 끈 스모커는 많이 매웠는지 눈가까지 붉어진채 글썽이는 로우를 보고 나오려는 웃음을 억누르고 펴질줄 모르는 등을 다소 거칠게 쓰다듬어주었다. 어느전도 진정이 되었는지 아직 얼굴에 붉은기는 남아있지만 허리를 펴고 심호흡을 하는 로우를 보며 스모컨 입을 열었다.

 


"젊으면 무모하다지만 자신을 알고 덤벼야 승산이 있는법이다"
"하 사람이 숨도 못 쉴만큼 독한 담배를 피는 네가 문제다!!담배에 얼마나 많는 유해성분이 들어이쏘 그로인해 유발되는 질병만 해도...."
"난 너한테 권한적이 없다. 어른인척은 이제 그만하고 내려 가봐라 애송이. 곧 수업종이 칠거다."

 


이만 내려가라하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자신을 외면하는 스모커를 바라보며 로우는 체면을 구긴 느낌에 입술을 깨물었다. 어차피 이런 장난으로 쉽게 넘어오리란 기대는 하지도 않았었다. 한달 넘게 따라다녔으니 이제 강수를 좀 띄어볼까. 방금까지 제꾀에 넘어가 분하단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던 로우가 갑자기 여유로운 미소를 띄며 다가오자 스모커는 위기감을 느꼈다. 이 녀석이 이런 표정을 지었을때는 항상 자신에게 곤란한 일만 발생했었다.

 


"스모커여 처음에는 괴롭고 힘들었어도 사람이란 동물은 곧 그에 익숙해지면 그런 괴로움을 더 이상 느끼지 않지. 특히 담배는 익숙을 넘어서면 쾌감까지 느끼게 해서 사람을 중독까지 이르게 하지"

 


또 무슨 수작인가 하면서 쳐다보는 스모커를 향해 미소짓던 로우는 갑자기 스모커 쪽으로 손을 뻣었다. 예상치 못한 행동에 미처 대응하지 못한 스모커는 자신의 입술에 닿는 부드러운 감촉에 지금 무슨일이 일어난건지 이해가 안가서 눈을 몇번이나 깜박였다. 어느새 입안을 누비는 상대의 혀의 감촉과 질척거리는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밀어내려 했을때는 아쉽다는 듯이 쪽소리와 함께 입술이 떨어진 후였다.

 


"이렇게 맛보니까 별로 안 독한거 같군. 이런식이면 금방 익숙해질지도"

 


남고생이라는 안 믿겨질 정도로 농밀한 미소를 지으며 혀를 내어 입술을 핥은 로우는 여전히 자신을 얼빠진채 쳐다보는 스모커에게서 잠시 붙었던 몸을 떼고 아까 열고 들어온 철문 쪽으로 발을 옮겼다.

 


"네 말대로 곧 있으면 수업종이 칠테니까 난 이만 내려가겠다. 담에 또 보자구 스모커"

 


살랑살랑 흔들어 대는 손과 그 얇은 실루엣이 완전히 없어진 후에야 스모커는 쓰러지듯이 벽에 등을 기댔다.방금 일어난 일을 천천히 분석해보려 떠올리자 입안에서서 담배향과 함께 따뜻하고 말캉했던 느낌이 아직 남아있는거 같아 얼굴이 붉어질거 같았다. 망할 애송이가 라고 중얼거린 스모커는 손을 들어 얼굴을 덮었다. 익숙해지면 그 다음은 중독이라고? 그 애송이의 제멋대로인 행동에 한달만에 익숙해진거 같단 사실과 아까 밀쳐내려했다면 더 빨리 할수 있었단 사실이 왠지 맘에 걸리는것을 애써 무시하며 스모커는 담배를 꺼내 물었다. 이대로 그 애송이에게 계속 휘둘릴수만은 없다. 그렇다면 다음은 자신이 반격할 차례인가. 멍하게 그런생각을 하며 내뿜은 스모커의 연기가 여전히 파랗고 쾌청한 하늘에 섞여 날렸다.

 

 

스모커랑 로우가 첨 만난사건은 이 학교는 매년 고2학생들은 같은 장소로 수학여행을 떠나서 둘째날 밤에 담력체험을 하는게 관행인데 전교 1등이라고 아프다고 양호실가서 자고 체육도 째고 하는 로우가 아니꼬왔던 반 애들 몇명이 짜고 로우가 길을 잃게 한것임. 로우가 실종되서 경찰에 신고하고 수학여행온 선생님들이 같이 찾았는데 추위에 떨고 있던 로우를 제일 먼저 발견하고 구해준게 스모커ㅎㅎ그 담부터 로우가 반해서 따라다님.

스모커는 국어도 좋고 도덕도 좋고(고딩때 도덕을 배우나?중딩때까지만 배운거 같은데;;)사회문화나 지리 선생님이어도 좋을듯. 암튼 로우는 이과반 스모커는 문과반 담당.

 

 

 

posted by 요굴 2014. 5. 16. 11:19

루피는 드레스로사에서 죽은줄만 알았다던 형 사보를 만난 이후 평소보다도 더 들떠보였다. 혁명군의 2인자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을만큼의 강한 모습을 보여준 그는 천성인듯 배어나오는 기품이 인상적인 사내였다. 해적왕의 아들이었고 흰수염의 2번대 대장이었던 에이스뿐만 아니라 혁명군 고위간부인 사보까지 루피의 의형제였단 사실을 알았을때는 도대체 이 녀석은 어떤 어린 시절을 보냈던건가 하는 궁금증이 생겨나는건 어찌보면 당연한거였다. 그래서 지나가는 말투로 가볍게 의문을 표했을때 루피는 활짝 웃으면서 어렸을때 셋이서 함께한 모험담을 들려주었다. 내입장에서는 세명의 악동들이 사고치고다닌 이야기로 여겨졌지만 단순히 그렇게만 치부하기에는 루피의 즐거운 표정은 남들이 보기엔 사고뭉치에 불행해 보이는 어린시절이라 해도 그들에게는 함께인것만으로 행복햇던 찬란하게 빛나는 시절이었단걸 느낄수 있었다. 루피의 밝은 목소리로 그때의 이야기를 듣고있자면 자신한테도 잠시나마 존재했던 코라씨와 함께한 악동시절이 생각나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질 정도로 루피가 들려주는 그들의 어린시절은 슬픈구석이 분명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온기가 존재했다. 루피는 어떤 이야기든 어떤 권유든 귀찮아하며 피해다니던 내가 처음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묵묵하게 작지만 반응까지 보이며 들어주는게 기뻤는지 종종 나에게 다가와 자신의 형제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는 했다. 그리고 루피의 의형제 이야기중에서 자신의 흥미를 가장 돋구는것은 에이스에 관한 거였다. 해적왕의 아들로 태어나 배척 받는 세상에 모나있던 그가 마음을 열고 바르게 성장해 흰수염 해적단의 대장이된 이야기는 꽤나 인상깊었다. 그전까지는 흰수염의 2번대대장이고 해적왕의 아들로서 정상전쟁의 원인이라는 객관적 지표만 알고 있었지만 루피의 마음속에서 생생하게 살아있는 그의 존재는 루피의 마음이 함께 전해져서인지 따뜻하게 자신에게 다가왔다. 루피의 이야기로 알게된 에이스는 피를 나눈 형제가 아니란게 믿어지지 않을정도로 루피와 똑 닮아 있는 인물이었다. 자신의 앞에 장애물이 놓이면 절대 피하지 않고 맞서 싸울정도로 무모하지만 그걸 넘어설 강한 의지를 가지고 항상 낙천적인 모습으로 밝에 웃는 남자. 이미 만날수 없는 존재란걸 알면서도 한번이라도 만나보고 싶다는 자신답지 않은 생각을 하게될 정도로 이상하게 에이스란 존재는 자신에게 친숙하게 다가왔다. 그런 자신에 의아함을 느끼면서 한편으론 왜 그런 기분이 드는지 알것도 같았지만 결국 정확히 왜인지는 명확히 정리할수 없었다. 그런 의문만이 마음속에 둥둥 떠다닐때쯤에도 에이스란 이름의 울림은 자신의 마음속에서 달라지고 있었다.

 


카이도의 추격을 피하고 다음 작전 실행을 위해서 일시적으로 밀짚모자 일당과 떨어져 행동하는것으로 의견이 모이자 우리는 아쉬워하는 밀짚일당들과 작별인사를 건낸후 서둘러 출항을 했다. 카이도의 추격을 피하기 위해 거의 잠수상태로 항해를 해왔기 때문에 보급을 위해 지상으로 올라갈 때 우리는 섬을 고를 여유 없이 인근 섬에 정박해야만 했다. 섬에 있는 작은 시골마을은 평화롭고 활기차 여타 다른 마을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마을옆에 존재하는 우거진 숲은 알수 없는 음울하고 소름돋는 분위기가 느껴져 다가가기 싫은 꺼림직한 기분이 느껴졌다. 자신만 그 숲이 신경 쓰인것은 아니었는지 선원들도 그 숲을 보면서 꺼려하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작고 외진곳에 위치한 마을인데도 물자가 풍부했기에 우려와 달리 우리는 순조롭게 보급을 마치고 오랜만에 술과 음악이 존재하는 연회를 가질수 있었다. 오랜 잠함으로 피곤했던 크르들이 오랜만에 왁자지껄하게 노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오랜만에 긴장을 풀수 있었다. 이리 오라는 선원들의 제안도 거부한채 바에 앉아 혼자만의 여유를 즐기며 술을 홀짝이고 있는데 인심 좋아 보이는 주인장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이 섬에는 어쩌다가 오시게 되셨습니까요?"
"보급을 위해 항해중 잠깐 들렸을 뿐이다. 내일 바로 출항할 예정이다."
"그러시군요. 저는 혹시 소문을 듣고 찾아오신건가 했습니다요. 이런 외진 섬에 우연히 오는 외지인들은 드무니까요."
"오호 소문이라? 이런 작은 마을에 용무가 생길만큼의 소문이 존재하나?"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오셨나 보군요. 이 섬에 정박했을때 마을옆의 기묘한 느낌이 나는 숲을 보셨는지요?"
"보았다. 주인장 말대로 기묘한 느낌이 드는 숲이더군"
"네. 실제로 기묘하고 신비로운 숲입니다요. 그리고 그 숲이 이 작은섬의 소문의 근원지 입죠. 이 마을에는 아버지의 아버지 그 아버지의 아버지한테서 내려오는 전설이 있습니다요. 바로 그 숲이 데비존스가 영혼을 세상 끝으로 안내하기 위한 여행을 하는중에 마지막에 들리는 곳이라는 이야기입죠."
"데비존스? 그건 말 그대로 해적들 사이의 전설일뿐이지 않은가?"
"데비존스의 여부나 저 숲이 그들이 들리는 곳이란것 모두 전설일 뿐일지도 모릅니다요. 하지만 저 숲에서 마을사람들은 종종 유령을 목격하곤 합니다. 이 마을 사람들의 유령이라면 넘길테지만 외지인들이 대부분인데 가끔 유명인도 있어서 화재가 되곤 합니다요. 그리고 최근에 저도 제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든 인물을 목격하였지요"

 


어떤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는 신세계의 바다라 할지라도 머리로는 이해할수 없는 괴현상을 즐기지 않는 나로서는 이 이야기를 계속 이어가야되나 싶었다. 하지만 꽤나 진지한 주인장의 얼굴은 자신이 지금 농담이나 거짓말을 하고 있는게 아님을 증명하는듯한 진실함을 담고있었다. 그건 단순히 오랫동안 마을에서 전해 내려온 전설을 믿거나 주위의 분위기에 휩쓸린 어설픔에서 나오는것이 아닌 자신이 직접 목격했던 이만이 가질수 있는 확신이었다. 난 삐딱하게 앉아있던 자세를 주인장 쪽으로 돌리고 술을 한 모금 마신후 계속하라는 의미로 손짓을 했다. 가끔은 이러한 이야기도 유흥거리로 나쁘지는 않을것이다, 자신이 본격 들어볼 마음이 된것을 느꼈는지 주인장은 목소리를 낮추고 몸을 기울이며 중요한 비밀이야기를 나누는듯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일전에 저와 몇명이 숲에 필요한 약초를 캐러 갔다가 길을 잃어 일행과 떨어져 걷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눈으로 똑똑히 보았습니다. 안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그건 분명 해적왕 골드로져의 아들이었고 정상전쟁의 원인이었던 포트거스.D 에이스였습니다요."

 


예상치 못한 이름에는 아무리 나라해도 놀랄수 밖에 없었다. 밀짚모자와 헤어지고 다시 듣지 않을거라 생각한 이름이었는데 이런 뜻밖의 장소에서 이런 형태로 듣게 될줄이야. 무의식중에 표정을 숨기지 못했는지 주인장이 의기양양해진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많이 놀라신거 같습니다요. 저도 많이 놀랐습니다요 그도 그럴께 정상전쟁으로 부터 벌써 2년이나 지났으니까요. 하지만 수배지랑 완전 똑같았으니까 잘못 본건 절대 절대로 아닙니다요."
"자네말고 또 목격자가 있나?"
"아닙니다요 일행들과 합류해서 목격한 숲가운데 있는 호수로 왔을때는 이미 자취를 감춘 후였습니다."

 


목격자는 한명. 방금 만난 자신으로서는 이 주인장의 말이 어느정도의 믿어도 되는지 확신할수 없었다. 애초에 주인장 말대로 2년이나 지나있었다. 단순한 주인장의 착각일 가능성이 높았으며 자신이 사람을 잘못 본거라 주인장은 거짓말을 좋아하는 허세 넘치는 남자일수도 있었다. 가능성은 낮지만 누군가가 에이스 행세를 하고 있단것도 배체할수만은 없었다. 만약 정말로 그 유령이 에이스본인이라 해도 그게 큰 의미를 가지는것은 아니었다. 아니 그랬어야만 했다. 하아 한숨이 나오는걸 참지 못하며 나는 벗어두었던 모자를 머리에 쓰고 바에 기대놓았던 칼을 들어올렸다. 내가 갑자기 일어나자 어리둥절해진 주인장에게 난 묵직한 돈 주머니를 내밀었다.

 


"아 저 계산이 안 맞는거 같습니다만요"
"선원들이 이 모양이라 위에 숙박시설도 하루 빌려야 할거 같군."
"그래도 액수가....."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준 보답이라 생각하도록. 하지만 만일 하나라도 거짓말인게 밝혀지다면 내일 당신의 목은 지금위치에 더 존재하지 않을것이다"

 


얼굴에 두려움이 떠오른채 누구 안전이라고 제가 거짓말을 하면서 허둥지둥거리는 주인장을 무시한채 나는 조용히 문으로 향했다. 문에는 언제부터 거기에서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던건지 모르겠는 펭귄이 문에 기댄채 서있다 다가와 말을 건냈다.

 


"어디 가십니까?"
"그래. 산책좀 하고 오겠다. 늦을지도 모르니 술자리가 끝난후 정리를 부탁하지 숙박비도 지불을 마쳤으니 오늘은 무리해서 잠수함까지 가지 말고 여기서 묵도록"
"알겠습니다 캡틴. 잘 다녀오세요"

 


할말이 많아보이지만 참고 있는듯한 펭귄의 어깨를 몇번 두드린후 술집의 문을 열고 나왔다. 차가운 밤바람이 불어와 적당히 올랐던 취기를 날려주었다. 기분 좋은 바람을 맞으며 밤이되자 음산하고 기이한 분위기가 더 짙어진것 같은 숲으로 향했다. 숲은 가운데 호수가 있다해도 전체적으로 안개가 자욱하게 깔려 있어서 바로 옆의 숲으로 들어온것 뿐인데도 딴 세상에 온것같은 느낌을 주었다. 묵묵히 검을 짊어지고 걸어간 나는 숲에 꽤 깊이 들어왔을 때쯤 주인장이 에이스를 목격했다는 호수에 다달을수 있었다. 맑은 호수의 물위로 자욱한 물안개에 오늘따라 밝은 달빛이 비쳐 반짝이는 모습은 탄성을 자아낼정도로 신비롭고 아름다웠지만 자신에게 큰 감상을 주지는 못했다. 호수를 몇바퀴 돌고 두리번 거려도 역시나 에이스를 닮은 이는 보이지 않았고 유령이 자주 출몰하는 숲이라더니 유령또한 보이지 않았다. 역시 거짓말이었거나 아님 착각이었던가. 이상하게 주인장에게 화는 나지 않았다 다만 자신은 도대체 무엇을 기대하였는가 하는 회의감이 밀려왔다. 에이스의 영혼을 만난다 해도 무슨의미가 있을까. 그가 죽은날 멀리서 그를 처음으로 목격했고 그 다음 그의 의형제들을 차례로 만나는 인연이 이어져서 그를 목격했다는 묘한 숲까지 도달하였지만 이미 죽은자와의 인연만큼 허무한것은 없다. 한번쯤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던것은 사실이었지만 만나서는 무슨 말을 하려했는가라고 물으면 딱히 할말은 없었다. 그냥 어느순간부터 만나면 좋겠단 생각이 자라났을뿐이었다. 이야기한번 나눠보지 못한 죽은 망령에게 자신답지 않게 왜 휘둘리고 있는건지 이 알수없는 이끌림이 뭔지 그저 가슴이 답답하게 가라앉는거 같았다. 멍하니 나무에 기대서서 복잡한 머리에 인상을 찡그리고 있을때 저편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아무리 생각을 깊게 했다해도 지척에서 느껴질때쯤에야 알아채다니. 무슨 얼빠진 행동을 하고 있는지 자신을 자책한뒤 난 경계태세를 하고 장소를 바라보았다. 무엇이 나올지 잔뜩 긴장했던 난 곧 드러난 이의 모습에 말을 잃을수 밖에 없었다. 몇번이고 눈을 감았다 떴다를 반복해도 자신을 보더니 첨에는 놀란표정을 지었다가 자연스레 환하게 웃어보이는 얼굴은 바뀌지 않았다. 꿈인가 싶어 자신도 모르게 손을 올려 볼을 꼬집으려 하기도 전에 그 형체는 거침없이 앞으로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너 트라팔가 로우 맞지? 와 진짜잖아? 너와 이렇게 만날수 있을줄이야! 바란적은 많았어도 절대 이루어질리 없다 생각했는데!이거 꿈인가?"

 

이게 꿈인가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이었다.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건지 환상을 보는건지 아님 정말 자신의 앞에 있는 이는 주인장의 말대로 데비존스의 인도를 기다리고 있는 에이스의 영혼인건지. 내밀어진 손을 잠시 바라보다 얼굴을 향해 고개를 돌리자 항상 밀짚모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눈에 그려왔던 그대로인 태양같은 미소가 보였다.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는게 답답했는지 에이스는 내 손을 낚아채 잡고서 붕붕 흔들었다.

 


"많이 놀랐어? 근데 나도 사실 엄청 놀랐어! 여기는 어떻게 온거야? 아 혹시 악수하는거 싫어했나? 하지만 이미 잡아버렸으니까 그냥 악수하자!"

 


흥분한건지 신이난 표정을 지은채 쉬지않고 이야기를 하는 에이스의 얼굴을 그뒤에도 멍하니 몇분간을 바라본 후에야 정신이 든 나는 아직도 잡혀있던 손을 뿌리쳤다. 뿌리친 뒤에도 생생한 감촉이 남아있는 느낌에 다른손으로 감싸쥐며 갸름하게 뜬 눈으로 앞에 있는 이의 모습을 훑었다. 팔과 등의 문신, 반바지, 그리고 저 모자 그리고 얼굴 모든것이 수배서에서 본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자신이 손을 뿌리치자 아까까지의 시끄러움은 어디갔는지 의아스러운 얼글로 쳐다보는 존재를 바라보며 난 이를 악물었다.

 


"너 정체가 뭐지?"
"아 나 아직 내 소개도 안했구나! 미안미안 너무 반가워서. 난 루피의 형인 에이스야! 만나서 반가워!"
"난 이름을 물은게 아니라 네 정체를 물은거다. 루피의 형인 불주먹의 에이스는 이미 죽었다. 그때 죽지않고 사실 살아서 여기에 숨어있었단것도 불가능하고 네가 영혼이라 불리우는 존재라 해도 이렇게 감촉이 선명하게 느껴진다는건 불가능하다"
"앗 그렇구나. 나 머리가 나빠서 네가 궁금해 하는걸 잘 설명할수 있을지 모르겠지만....네 말대로 난 죽은게 맞아. 지금 영혼인것도 맞고 유령이라할까? 영혼은 만질수 없다는 네말도 맞는데 지금은 날 만지는게 가능한것도 사실이야."
".....그래 네가 에이스의 영혼이란걸 믿어주지. 그럼 지금은 왜 만질수 있는건가?"
"어 나도 그건 잘 모르는데....그게 중요한 사실이야?"
"중요했었다. 대답여하에 따라서 그 몸을 잘게잘게 잘라서 확인해볼것인지를 결정할 생각이었으니까. 모른다고 방금 말했으니 지금 잘라서 확인하면 되겠군. 걱정말도록 능력을 써서 아프지 않게 해부해주지"
"으악 야 너 왜이렇게 살벌해? 설명해주면 되잖아! 내가 진짜 다 설명해줄테니까 그 칼 저리 치워봐!"

 


에이스의 말을 무시한채 룸을 킨 나는 칼을 크게 그녀석 쪽으로 휘둘렀다. 하지만 몸을 숙여 잽싸게 내 칼의 범위를 피한 녀석은 몇발짝 뒤로 뛰며 물러났다. 으악 말로하자니까라며 소리치는 녀석을 무시하고 자신의 능력은 원거리가 더 편리하니 지금을 놓치지 않고 검을 휘두르면 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난 그렇게 할수 없었다. 순간적으로 뒤로 물러나던 녀석의 손에서 불꽃이 일렁이는것을 본것 같았기 때문이다. 말도 안된다...저 능력은 이미 다른 이에게...방심한 틈을 놓치지 않고 순식간에 간격안으로 파고든 녀석은 다리를 걸어 날 넘어트렸다. 순간적으로 등에 가해질 충격을 줄이기위해 몸을 구부렸던 나는 등에 기다린 충격이 전해오지 않아 움찔하고 옆을 바라봤다. 자신의 옆구리는 어느새 녀석의 팔이 둘려져 있어서 자신이 땅과 충동하지 않게 붙들어주고 있었다. 고개를 천천히 앞으로 돌리자 숨결이 느껴질만큼 바로 코앞에 있는 개구진 얼굴이 보였다. 내가 이겼단 의기양양한 표정이었던 녀석은 내가 뚫어지게 쳐다보자 지금의 자세가 민망해졌는지 볼을 붉히더니 조용히 내 위에서 내려와 내옆의 풀밭에 앉았다. 나도 눕혀져 있던 바닥에서 일어나서 주위에 팽개쳐져 있던 검을 챙겨 바닥에 제대로 놓아두고 그 녀석의 옆에 앉았다. 정체도 모르는 위험한 인물이었지만 더 싸우거나 존재를 추궁할 마음은 생기지 않았다 오히려 옆에 자연스레 앉은 자신에 어이가 없었지만 난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던거 같다. 어색해진 분위기를 타개하려고 큼큼 헛기침을하고 말을 꺼냈다.

 


"아까 말로 설명한다고 하지 않았나?"
"어 어? 아 맞다 내가 다 설명 해준다고 했었지! 나도 잘은 모르지만 내가 아는만큼은 말해줄게. 난 데비존스의 배를 타고 여기까지 왔어"
"데비존스의 배?"
"응 너도 해적이니까 알지? 바다에서 죽은 이들은 데비존스의 배를 타고 환생을 위해서 세상 끝으로 간다는 이야기. 난 그거 거짓말인줄 알았는데 진짜더라고. 나 그 배에 탔었거든 아버지랑 함께"
"아버지라면 흰수염 말인가? 근데 왜 지금 여기서....."
"세상의 끝으로 가기위한 모험중 마지막에 들리는곳이 이 숲이야. 산사람들은 오싹함을 느낄만큼 음산한곳이지만 여기 호수는 영혼을 씻을수 있을맘큼 맑은 기운이 담겨 있거든. 나도 그때 여기서 다른 영혼들이랑 같이 쉬고 있었어 근데 너무 심심해서 숲 밖으로 나가지 말란 말을 어기고 나와버렸는데 아무일도 없는거야. 그래서 자유롭게 마을을 돌아다니다가 루피가 도움을 받아서 잘 빠져나갔고 종을 울렸단 이야기도 들었지."
"옥스벨 16타종...."
"응 그런 이름이었던거 같아! 암튼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까 동료들도 보고싶고 근질거려서 안되겠더라고. 그래서 데비존스에게 가서 부탁했어. 난 아직 보고싶은게 많다고 제발 시간을 더 달라고. 첨에는 안된다고 엄청 화냈는데 내가 끈질기게 부탁하니까 사실 난 몇년 더 살 운명이었다면서 특별히 2년만 봐주겠다고 했어. 대신 2년째 되는날에 이 섬으로 돌아오라고 안그러면 계속 세상을 떠돌다가 소멸될거라고"
"그럼.....얼마안있어 데비존스의 배가 이곳에 돌아온다는거로군"
"그래! 내일이 바로 약속한 그날이야. 그래서 이곳에 와 있었던거고. 근데 여기서 널 만날줄은 몰랐는데....오늘은 보름달이 떠서 이 숲의 기운이 가장 강해지는 날이라 이렇게 일시적으로나마 실체화도 가능한날이거든"
".......믿을수 없는 이야기만 늘어놓는군"
"하하하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래도 믿을수 밖에 없잖아? 지금 그 증거가 네 옆에 있으니까 말야."

 


손에서 느껴지는 체온에 고개를 돌리자 아까의 개구쟁이같은 표정은 어디로 간건지 꽤 어른스런 미소를 지은채 자신을 바로보고 있는 에이스가 있었다. 정말 말도 안된다는 소리만 들었다고 생각했지만 이미 자신은 눈앞의 존재가 에이스라고 인전하고 그의 이야기를 모두 진실로 받아들였다. 다 거짓이라 치부하고 외면할수도 있었지만 느껴지는 따뜻한 체온이 주는 안정감이 그런 생각을 거부했다. 이 모든게 꿈일뿐이라도 신세계의 변덕이 부리는 일시적인 장난이라할지라도 눈앞의 존재가 사실은 에이스를 가장한 다른 존재라 해도 이 체온을 부정하고 거절할 용기가 없었다. 바래왔고 꿈꿔왔던 일이었으니까.
나머지 손으로 머리를 긁적이다 나중엔 몸까지 배배 꼬며 고민하던 에이스는 결심이 섰는지 그 검고 깊은 눈으로 날 바라봤다.

 


"넌 어떻게 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난 널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었어"
"아까부터 느낀거지만 너 나에게 너무 스스럼 없는거 아닌가. 이걸 보았다고 표현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너와 난 방금 처음만난걸텐데"
"응. 넌 나를 처음 보는게 맞아. 하지만 난 널 전부터 보고있었어. 루피가 지금은 온 세상이 주시할만큼 강해졌고 성장했다고 해도 나한테는 여전히 걱정끼치는 철부지 동생이야. 근데 그런 동생이 생명의 은인이라지만 의뭉스런 녀석이랑 동맹을 맺었다니까 걱정되서 계속 따라다니면서 지켜봤어. 아 결코 네가 어딜가든 스토킹하듯이 따라다닌건 아니야! 욕실같은데는 안따라 갔어 맹세코!"
"욕실까지 따라왔다는걸로 들리는군"
"안 그랬다니까 사람을 뭘로 보고!"

 


얼굴이 붉어진채 씩씩 거리는 에이스를 보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날 지켜봤다라.....그 말에 가슴이 근질근질거리는걸 느꼈다. 익숙하지는 않지만 낯설지도 않은 감각이었다. 이런 느낌을 언제부터 느꼈더라....생각을 거듭하고 거듭해서 꽤 과거까지 더듬은후에는 웃음이 자연스레 스며나왔다. 그동안 찾아헤맨 답은 가까운데 있었다. 아직도 붉은채인 얼굴을 애써 돌리며 외면하는 에이스를 뚫어지게 바라보자 민망한지 시선을 더 피한다.

 


"알겠다. 그부분은 믿어주지. 어차피 내가 확인할수도 없고 남자끼리 그런 사소한거에 화낼생각도 없다. 근데 날 지켜보면서 무슨 말이 하고 싶었졌던거지? 날 위험인물로 판명해 떨어져 달라는거면 난 아직 동맹을 파기할생각은 없단걸 명확하게 밝히지. 혹여 동생을 살려준 감사인사라면 그것도 됐다. 그건 내 변덕일 뿐이었고 밀짚모자가 이미 그 배로 나에게 갚아 주었으니까"
"동맹을 파기하라니....그런 생각안해. 난 루피의 앞날을 응원해줄뿐 거기에 간섭할 생각도 없고 이젠 더욱 그래서는 안되는 존재거든. 그리고...내가 지켜본 넌 진짜 좋은 녀석이었으니까. 루피를 살려준 은혜는 루피가 갚았다해도 나와는 상관없는거야. 난 루피의 형으로서 너에게 감사를 표할 의무가 있으니까. 그때 루피를 살려줘서 정말정말 고마워!"

 


절을 하듯 무릎을 꿇고 머리까지 땅에 대며 감사를 표하는 에이스를 억지로 일으켜세웠다.

 


"나에게 하고싶었던 이야기는 그게 다인가?"
"아....그건.......음.....그래. 이게 다야"
"아까는 나랑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더니...넌 감사인사도 내가 말하고나서야 하지 않았나? 말할수 없는건가 아님 말하기 싫은건가?"
".......아니야 정말 이게 전부야. 그냥 널 지켜보면서 너랑 한번이라도 어떤 이야기든 나눠보고 싶었어. 내가 이런이야기를 하면 넌 어찌 받아들일지 모르지만 난 지금 너랑 이야기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걸"

 


정말 환하게 웃고있지만 금방이라도 울거 같은 눈을 보자니 한숨이 나왔다. 밀짚모자만큼 솔직하고 단순하기만 한 성격인줄 알았는데 아니었던거 같다. 아니면 지금의 특이한 상황이 이 남자를 답지않게 소심하게 만들고 있을지도 모른다

 


"네가 할말이 없었다면 내가 하고싶은 말을 해도되겠군. 계속 지켜봤다는게 정말 내가 밀짚모자와 동맹을 맺은 후인가?"
".....응 그냥 루피를 보다보니까 너까지 본거야"
"그랬군. 그럼 내 이야기를 하지 난 신세계로 출항하고 얼마후부터 누군가가 지켜보는거 같은 느낌을 느꼈다. 하지만 나 혼자만 느끼는 감각이었고 어디에도 날 보는 이가 존재하지 않아서 무시했었다. 나쁜 기운도 느껴지니 않았으니까. 근데 누군가 진짜 있다는걸 느낄때가 있었다. 내가 웃을때나 혼자서 힘든 마음을 추스릴때 누군가 함께 울고 웃고 위로해주고 싶어하는거 같은 이상한 느낌을 받았지. 가끔 귀곡도 공중에 무언가에 반응하는것 같았고....그래서 난 유령이라도 존재하는게 아닌가란 생각을 한번 했지만 바로 지워버렸다. 날 그렇게 지켜볼 이는 코라씨밖에 없는데 2년전부터 갑자기 느낀다는게 이상했으니까. 그리고 루피한테서 에이스에대해 듣기 시작한 뒤부터 가끔 주변의 분위기가 바뀌는것을 느꼈지만 거기에 대해 신경쓰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네 이름이 친숙하고 애정이 가더군. 그래도 몰랐다. 아니 인정하지 않으려 했던걸지도."
"로우......"
"내 이야기는 끝났다. 네 이야기를 해봐. 2년간 뭘하며 지낸거지?"

 


입을 꾹 다문채 고개만 내린채 있는 에이스를 바라보다가 손을 뻣어 볼을 쓰다듬었다. 손에 만져지는 까끌한 피부도 뜨거운 체온도 모두 기분 좋았다. 조심스레 올라간 얼굴에 박혀있는 검은 눈이 여전히 일렁이고 있어 웃어주었다. 가만히 손을 들어 자신의 볼위에 올려진 내 손을 감싼 에이스는 피식하고 바람빠지는 힘없는 웃음을 지었다.

"하.....너 진짜 똑똑기만 한줄 알았는데 감도 좋은 녀석이었구나. 가끔 눈이 마주친거 같은 느낌이 들어도 넌 절대 내 존재를 알리 없으니까 나혼자만의 착각이라 생각했었는데 말야....그래 나 2년전부터 널 따라다녔어. 내 형제들, 동료들, 후샤마을 사람들 그리고 그때 날 도와준 모든 녀석들.....그 모두를 둘러보고 마지막에 찾아간게 너였어. 루피를 구해주었다는데 궁금하잖아. 그래서 찾아갔는데 음침한데다 속을 알수 없는 녀석이길래 호기심에 계속 따라다녔어. 그러다 알게 되었지 자기 속을 정말 표현 안하는 고집불통인 녀석이란걸. 주위에 그렇게 좋은 동료들이 있으면서도 혼자 다 하려고 떠안고 가는게 왠지 안쓰러워져서 바라보다가 어느새 다른데도 안가고 계속 네 곁에만 머물고 있더라"
"너........."
"동료들 몰래 흐트러진 날에는 위로해주고 싶고. 혼자서 그 이상한 섬에 남았을때는 같이 싸워주고 싶고 손도 한번 만져보고 싶고 저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러주면 좋겠고. 이야기해보고 싶고....하하 웃기지 난 이미 죽었는데, 이제 이 세상에서는 바라보는것만으로도 충분히 욕심부린거라 그 이상은 아무것도 욕심부려서는 안되는 존재인데 말야. 근데도 생겨난 욕심이 점점 커지는걸 막을수 없더라. 그래서 아무것도 못하는걸 알면도 눈에 밣히는데로 널 쫒아다녔어"

 


여전히 웃으면서 우는것 같은 표정을 한 녀석을 보며 난 가만히 바라만 봤다.

 


"로우 하지만 지금 들은 이야기는 모두 잊어버려 너도 알잖아....난 이미...."
"이미 죽었단 말을 하고 싶은건가?하지만 오늘밤만은 내 앞에 있고 이렇게 만지고 체온도 느낄수 있어."
"하지만 말그대로 오늘밤만이야."
"그걸로도 충분해"
"로우! 그냥 긴...정말 긴 꿈을 꾸었다고 생각해. 그리고 이제 모든걸 알아버렸으니까 꿈일 뿐이란걸 알았으니까 꿈에서 깨어나면 되는거야."
"꿈이라면 오늘 하룻밤만은 맘껏 꿈을 꾸게 해주도록. 넌 거부할 권리가 없다. 이미 내가 그렇게 정했으니까"
"오늘이 지나면 난 널 바라보는것도 못한단 말이야!"
"너야말로 그만 해라! 내가 밀짚모자에게 들은 넌 이런 녀석이 아니었어!언제까지 도망칠거지? 이날만을 너도 나도 기다려왔는데...왜....."

 


볼을 타고 흐른 물방울이 턱을 타고 떨어지는게 느꼈다. 달려든 입술에서는 짠맛이 났지만 어느 키스보다도 더 달콤하게만 느껴졌다. 맞닿은 입술에서 전해지는 체온에 또 눈물이 울컥 날거 같앗다. 조금이라도 떨어질수 없어서 몸을 최대한 붙인채 우리는 길고긴 키스를 나누었다. 숨이 차 조금이라도 떨어져야하는 입술을 아쉬워하며 입술에서 전해진 온기가 온몸으로 달게 퍼져나갈때까지 우리는 키스를 했다. 허겁지겁 서로의 옷을 벗기고 애타게 서로를 찾았다. 닿는 모든 부분이 성감대가 된듯이 떨려왔고 몸과 함께 전해지는 마음이 너무 뜨거워 자꾸 눈물이 날거 같았다. 항상 낮았던 자신의 몸이 순식간에 뜨거워지는것을 느끼며 사랑하는 이의 귀에 속삭였다. 에이스 넌 정말 뜨거운 사람이었구나.

 


"로우..로우...사랑해 흣"
"하읏 나도....더 더 깊이 들어와 에이스"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이 체온을 잃을것처럼 우리는 오래도록 서로를 느꼈다.

 


"로우 우린 왜 더 빨리 만나지 못했을까?"
"....지금이라도 만났으니까 괜찮다."
"하하 그런가? 로우 나 이래도 되는걸까...나 그때도 지금도 가야만 한다는걸 알고 있는데 너무 행복하고 행복해서 너무 살고싶어져. 나 그냥 환생하지 말고 너 계속 바라만 보다 그렇게 가면 안되나? 난 그래도 충분히 행복할거 같은데"
"약한 소리하지 하지 말아라. 난 만질수도 볼수도 없는 유령과 계속 사랑할 생각같은건 없으니까. 오히려 다른사람이랑 잘때 누가 보고 있다면 소름끼치겠군"
"윽 알고는 있었지만 너 너무 매정한거 아니야. 바로 딴 사람 만난다고 하고"
"그러니까 멍충아 내가 딴 사람 만나기 전에 빨리 환생해서 날 또 찾아오면 되는거 아닌가. 난 누구와 달리 오래오래 살거니까"
"응 오래오래 살아죠. 내 몫까지 루피도 지켜봐주고 네 동료들이랑 신나는 모험도 하면서. 난 꼭 널 찾아낼테니까 바람피지 못하게 빨리 찾아갈거니까....."

 


결국 울먹이는 에이스를 가만히 안아주엇다. 한번도 못 볼줄만 알았다.하룻밤의 꿈일 뿐이라면 하룻밤의 추억으로 만들면 된다. 깨어지지 않게 곱게 싸서 마음 한곳에 고이 두었다가 힘들때마다 꺼내 보고 웃을수 있게 보듬어주며 가꿀수 있게 행복한 추억으로 남기면 되는것이다.

 

 

"사랑해 로우"
"나도 사랑한다"

 


아침에 일어났을때는 어제밤일은 다 꿈인듯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떠난건가....각오 했었던 일인데도 사라진 체온에 대한 아쉬움과 밀려오는 허전함을 완벽하게 지울수는 없었다. 하지만 괜찮다. 지켜질수 없는 약속이라해도 다시 만나리라 믿으며 우는 얼굴도 웃는 얼굴도 찡그리는 표정도 투정부리는 행동도 따뜻했던 체온도 깊은곳에 간직한채 네가 없는 이 세상을 난 꿋꿋이 살아갈거다.

 

 

 

 

 

 

허억ㅠㅠㅠㅠ저 진짜 선물이라며 이런 똥글을 바쳐서ㅠㅠㅠㅠㅠㅠ안 써진다고 꼬님께 징징만 거려놓고 이런거 들고와서 죄송합니다ㅠㅠㅠ제목도.....있긴해야할거 같은데 암것도 생각안나서ㅠㅠㅠㅠㅠㅠ꼬님 제가 진짜 진짜 사랑해요ㅠㅠㅠㅠ그러니 그냥 애정으로 봐주세요ㅠㅠㅠㅠㅠㅠㅠㅠ선물이라서 각잡고 소설체 쓰다가 이리 되었는데....으흡 변명이고 너무 죄송해서 그냥 제게 어울리게 다음에 에이로우 야썰을 꼭 써서 받치겠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썰이라도 괜찮으시다면ㅠㅠㅠ으흡 암튼 꼬님 제가 좋아해요!!!♥♥

 

 

 

2014. 5. 15.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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